아랍인의 희로애락 - 아랍문학을 통해 아랍인의 삶을 보다 문명지평 11
김능우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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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랍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랍인을 떠올리면 이슬람교, 터번과 히잡, 9.11 테러, IS 등 그들의 종교 혹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부정적인 사건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것들이 그들의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그들 고유의 역사와 문화의 큰 흐름 속에서 현재도 살아숨쉬고 있다. 아랍인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그들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인식, 내면의 의식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다. 문학 작품은 그 작품을 집필한 작가의 삶과 더불어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4~5세기의 이슬람 이전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600년의 시간 동안 방대한 양의 아랍 문학 작품들이 축적되어왔다. <아랍인의 희로애락>은 고대와 중세, 현대의 아랍 문학 작품들 중에서 아랍인의 삶과 역사의 현장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텍스트를 선별하여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랍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를 비롯해 하디스, 민담, 현대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정하여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본다.



책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대·중세 시대의 사랑을 노래한 시였다. 자힐리야 시대(이슬람 이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이므룰 까이스(Imr'u-l-Qays, 6세기 초 출생)의 시를 보면 당대 젊은이들의 정열적인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내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끌어당기자


허리가 날씬하고 발목이 통통한 그녀는 내게 몸을 기울였다


가는 허리, 흰 살결, 크지도 살이 처지지도 않은 채


거울처럼 윤이 나는 그녀의 가슴 부위


그녀는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바닷속 맑은 물을 먹고 자란,


흰색과 노란색이 섞인 진주 같다


야자수의 뒤엉킨 대추 송이 같은


검디검고 풍성한 그녀의 긴 머리칼은 등을 장식한다


그녀의 멋진 허리는 가죽 고삐처럼 가늘고,


다리는 물이 올라, 가지를 드리운 야자수 그늘 속 파피루스 줄기 같다


(출처 : 이므룰 까이스 외, 김능우(주해), 『무알라까트: 사막의 시인들이 남긴 7편의 위대한 노래』, 한길사, 2012, 100쪽.)




화자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아름다운 신체에 대해 묘사한다. 우리는 아랍인을 떠올릴 때 흔히 종교를 중시하여 에로스를 경시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되지만, 실제로 그들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사랑을 중시했고 에로스를 추구했다. 다만 에로스를 적절한 수준으로 절제하였을 뿐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삶의 활력소이자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사랑 때문에 흥분하고, 사랑 때문에 고통 받고, 사랑 때문에 슬픔에 빠졌다. 당대에 수많은 시인들이 남긴 사랑의 시를 접하며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나타나는 무함마드의 인간적인 모습, 그의 아내들 간에 보이는 갈등과 질투 등을 통해 무슬림들의 삶 또한 여느 인간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중세 시인 아부 누와스의 시를 읽으면 그가 이슬람의 율법에 반하여 술과 동성애를 즐기며 노래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현대 소설 『야쿠비얀 빌딩』은 현대 아랍 국가들의 고질적인 정치, 사회적 문제를 조명한다. 이와 같은 아랍 문학 작품들을 통해 아랍인들의 삶의 희로애락과 그들이 처한 정치, 사회적 현실에 대해 알 수 있다.



아랍인의 진짜 삶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 <아랍인의 희로애락>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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