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104
날씨가 궂어서 뼛속까지 스며드는 거센 바람이 거리에 쌩쌩 몰아쳤다.강풍에 치마가 고깃배처럼 잔뜩 부풀어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사람들이 어쩌다 있을 뿐이었다. 돌풍이 부는 가운데 차가운 빗줄기가 퍼부었고, 여름에 정겨운 시골을 포근히 감싸 주던 하늘은 이제 독기를 품고 땅을 찍어 누르는 거대한 검은 장막이 되었다.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따뜻하면서도 상쾌했다. 말 그대로 열기가 짱짱하게 피어올랐다. 햇살은 거침없는 기세로 하얀 도로에 곧장 충돌했다가 고무공처럼 튀어 올랐다.
사랑에 빠진 짧은 기간에도 남자는 다른 일들을 하며 그 일들에 신경을 쓴다. 직업을 갖고 먹고살아야 하니 응당 그 일에도 정신을 빼앗긴다. 스포츠에 빠지기도 하고 예술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남자들은 대체로 여러 방면의 활동을 하며, 한 가지 활동을 할 때는 다른 일들은 일시적으로 미루어둔다. 그때그때 하는 일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있어,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을 침범하면 못마땅해 한다. 남녀가 똑같이 사랑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다른 점은, 여자가 하루 온종일 사랑할 수 있는 데 비해 남자는 이따금씩밖에 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