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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술관 - 자기다움을 완성한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
정하윤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2월
평점 :

<여자의 미술관>은
회화와 미술사학과를 전공한 저자가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뛰어난 재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거나
녹록지 않은 삶을 살기도 한 그녀들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고난과 역경을 예술로 승화시킨 15명의 여성 화가들의 모습을 통해
엄마이자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화사한 봄을 닮은 예쁜 표지가 인상적인
<여자의 미술관> 속으로 들어가보자.


여성 화가하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는지...
나는 신사임당 다음으로 프리다 칼로가 생각난다.
강렬하고, 독특한 그림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간 프리다 칼로는
드라마틱한 삶으로도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척추 기형으로 한 쪽 다리를 절었고,
19세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고
평생 신체적 고통 속에서 살아야했던 프리다 칼로.
그녀는 남편이자 유명한 화가였던 디에고에게 배신을 당한 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저 몇 번 찔렀을 뿐'이라는 그림은 처음 보았는데
너무도 끔찍하고, 잔인해서 뇌리에 박혔다.
그저 몇 번 찔렀다고 하기엔 곳곳에 피가 낭자하고,
그 피가 액자 프레임에까지 튀어있다.
디에고에게 받은 상처가 교통사고보다 더 끔찍했다고 회상하는 프리다 칼로.
그녀가 남편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작품을 분석할 때, 미술가의 개인적 이야기를 하는 걸 경계하지만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분석할 때만큼은
그녀의 삶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의 삶 자체가 작품 안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다보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데
그녀는 자신을 초현실주의자로 불리길 거부했다고 한다.
'나는 나믄의 현실을 그린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그대로 작품 안에 투영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의 제목은 <Viva La Viva>이다.
해석하면 '삶이여, 만세!'라고 하는데...
평생을 고통 속에서 괴롭게 살았을 그녀가
삶을 찬양했다는 점에서
감동이 밀려오고,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을 보며 희망을 떠올려본다.


나에겐 생소한 일본 화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또한 인상적이었다.
일본 나오시마섬에는 엄청 큰 땡땡이 호박이 설치되어있는데
이는 지금도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다.
왠지 예술가라고 하면 광기어린 모습이 떠오르곤 하는데
그녀에게 그런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어린 시절과 예술가로서
각광받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있어 흥미로웠다.
부유한 집 막내딸로 태어나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마침내 답답한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처음엔 그녀의 작품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점점 부와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환각 증세로 인해 고통을 받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에 이른다.
그녀는 자신의 질병을 회피하기보다
이를 당당하게 맞서고, 극복하고자 했다.
그녀는 지금도 병원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예술 세계를 끝까지 응원하고 싶다.

가부장제와 미에 대한 고정관념을 향해 총을 쏜
니키 드 생팔의 작품 또한 매우 인상깊었다.
사회제도를 비판하고,
속박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한 그녀의 작품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런 감정은 남성 화가가 그린 작품에선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여자의 미술관을 통해
여성이자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열 다섯 명의 여성 미술가가
현재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위로의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