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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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허지웅의 글을 읽은 건 중,고등학교 시절, 영화 잡지를 통해서다.

영화와 감독, 배우에 관해 날카롭게 분석한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느 순간 TV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

냉소적이면서 재치있는 말투로 대중 앞에 섰던 그가

어느 날,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먹먹했다.

암 발병률이 점점 늘고,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암은 우리를 두렵게 한다.

힘든 치료를 마치고, 다시 대중에게 돌아온 허지웅은

자신의 이야기와 사회적 문제, 영화 등을 담은

신작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을 펴냈다.

아픈 뒤 세상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게 된 허지웅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졌다.



'망했는데.'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누구나 이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갑자기 변해버린 몸과 얼굴, 그리고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고통까지...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은 감히 그 고통을 알지 못하겠지.

긴 치료 과정 속에서 절망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살아야겠다는 야심을 품었다고 고백한다.

결론과 결심.

죽음이라는 결론이 삶을 망친다면

사소한 결심들은 동기가 된다고 말한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살기로 결정했다는 그의 말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고통과 아픔도 그의 결심을 꺾지는 못하리라.

그의 단단해진 이 마음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당신 인생의 일곱 가지 장면' 편이다.^^

허지웅 작가는 <굿 와이프> 시즌7에 나오는 일곱 개의 컷을 보며

자신의 일곱 가지 장면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과거를 돌려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것과 같다고 한다.

먼지가 조금 들어갔다고 해서 액정보호필름을 떼는 순간,

정말 망치게 된다.

작은 흠이 있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과거로 돌릴 수 없다면

내 인생 그대로를 사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건 어떨지.

그리고 내 인생의 일곱 장면을 떠올려보며

내 삶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투병을 마치고 다시 병실로 가게된 이유는

한 환자를 면회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작가는 한 환자의 아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과 같은 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를 만났다고 한다.

같은 병으로 이어진 인연.

그래서 서로를 더 이해하며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 세 영화인에 관한 기억을 담고 있다.

존 허트, 김영애, 조지 로메로

암으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존 허트와 김영애,

좀비 영화의 대가 조지 로메로,

그리고 앞서 병실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 최은희 님의 삶이

세상에 많은 걸 남기고 갔다는 생각이 든다.

허지웅의 신작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에는

투병 생활을 하며 느꼈던 많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죽음이 아닌 삶에 관한 것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말이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를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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