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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달빛 식당 - 제7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이분희 지음, 윤태규 그림 / 비룡소 / 2018년 3월
평점 :
삶이 고되고 힘들 때면 나쁜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길 바랄 때가 있죠. 그러면 힘들었던 순간이 모두 사라지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한밤중 달빛 식당>(제7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을 읽어보면 나쁜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책 속에서 이유를 찾아볼까요?
두둥실 떠있는 밝은 달빛 아래에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야 ‘한밤 중 달빛 식당’. 알록달록 예쁜 꽃길을 걸어 올라가면 밤에만 짠~하고 나타나는 식당이랍니다. 달콤쌉싸름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따스한 온기가 스며나오는 식당안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연우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와 어두운 밤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매일 술에 취한채 늦게 들어오는 아빠 생각이 나 기분이 꿀꿀합니다. 언덕을 오르자 노란 불빛이 반짝이는 식당이 보이네요.
연우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긴 속눈썹 여우와 걸걸여우가 반갑게 맞이해주네요. 그러고는 향기롭고 맛난 음식을 대접합니다. 돈이 없다는 연우에게 ‘오늘은 나쁜 기억 한개면 된다’고 말하네요. 나쁜 기억을 내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연우도 귀가 솔깃해집니다.
연우는 생각합니다. 그깟 나쁜 기억쯤이야! 라고 말이에요. 연우에게 나쁜 기억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죠.
연우는 생각합니다. 그깟 나쁜 기억쯤이야! 라고 말이에요. 연우에게 나쁜 기억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죠.
연우는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봅니다. 학교 서랍 속에 있는 친구 돈을 주머니에 넣고 나온 일. 나쁜 일이란건 알았지만 실내화와 준비물을 사려면 이 돈이 필요했어요. 이 나쁜 기억을 없앤다면 연우는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연우는 자기 방에서 눈을 떴습니다.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의 일은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어쩐지 꿈을 꾼듯 기분이 묘했습니다.
다음날 밤, 또다시 언덕으로 올라가보니 한밤중 달빛 식당이 보입니다. 낮에는 분명히 없었는데...
초코시럽이 흘러내리는 푸딩을 보니 군침이 돕니다. 걸걸여우는 푸딩을 먹은 뒤 ‘이번에는 나쁜 기억 두개’를 내라고 말하네요. 나쁜 기억을 없애주고, 맛있는 음식까지 주다니 여우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일까요?
그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온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아내의 장례식을 치룬 아저씨는 슬픈 얼굴을 한채 음식을 주문하는데요. 나쁜 기억은 눈물이 되어 탁자에 떨어지면 곧장 구슬 얼음이 되는군요. 냉장고에는 아저씨의 슬픈 기억이 담긴 얼음이 한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속눈썹 여우는 말합니다.
“아주 예쁜 기억이 들어 있군요.”
“그것조차도 이제 나에게 나쁜 기억이오. 딸꾹!”
나쁜 기억 속에 예쁜 추억이 담겨있는줄도 모르고 아저씨는 기억을 내고 청국장을 먹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길거리에서 본 아저씨의 모습은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았어요. 나쁜 기억이 모두 사라졌는데 왜 그럴까요?
연우는 학교가는 길에 친구 동호를 만납니다. 동호는 연우가 훔친 돈의 주인이었죠. 동호는 문구점 아저씨의 말을 듣고, 연우에게 도둑새끼라고 말합니다. 연우는 부끄럽고, 놀란 마음에 도망을 칩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한밤중 달빛 식당에 나쁜 기억을 내고나면 그 기억이 몽땅 사라진다는걸요.
연우가 사라진 걸 알게된 아빠는 연우를 찾으러 다닙니다. 그리고 연우를 찾은 아빠는 눈물을 흘리며 미안해합니다. 연우 엄마가 죽고 나서 아빠는 연우를 돌보지 않고, 폐인처럼 살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연우는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습니다.
연우는 그때서야 깨닫습니다. 연우가 두번째 날 값으로 치른 나쁜 기억 두개는 아빠와 엄마에 대한 것이었어요. 아빠가 술만 마시는 모습, 엄마의 죽음...
연우는 한밤중 달빛 식당으로 가서 나쁜 기억을 돌려받고 싶다고 말해요. 여우들은 방긋 웃으며 연우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줍니다. 다행히도...
나쁜 기억이 사라져야 행복해지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나쁜 기억일지라도 마음 한 켠에 간직한 채 하루 하루를 꿋꿋하게 살아야하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아빠의 사랑도 잃어서 슬픈 연우가 한밤중 달빛식당의 여우를 만나 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나쁜 기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나쁜 기억이라도 억지로 지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에요!
(이 포스팅은 도치맘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솔직 담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