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 할머니 스콜라 창작 그림책 59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 제주도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섬으로 꼽히고 있죠. TV에 나오는 유명인들이 제주도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더더욱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이 숨쉬고, 푸른 바다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섬.

 

그러나 70년 전 4월, 제주도에선 일어나서는 안 될 끔찍하고,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합니다. 제주 4.3사건. 고등학교 교과서에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지만 아직도 제주도민들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사건입니다.

 

<무명천 할머니>는 실존 인물인 진아영 할머니를 통해 그날의 아픈 기억을 되새긴 그림책입니다. 비극적 역사 앞에 큰 고통을 받고 살아야만 했던 제주도 주민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주 4.3사건:

 

1947년부터 54년까지 제주도민 3만여 명이 학살당한 사건. 당시 제주도민이 30만 명 정도였으니 10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죽거나 크게 다친 사건입니다.

 

온 몸에 총칼 자국이 새겨진 채 평생을 살아야했지만 그보다 슬픈 건 아무도 이 사건을 해결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말하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 끔찍한 진상이 묻힌 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턱에 총을 맞고, 평생을 무명천으로 감싸고 살아야 진아영 할머니도 제주 4.3사건의 피해자입니다. 말을 할 수 없어 '모로기'(언어 장애인을 뜻하는 제주방언)할머니로 불렸던 진아영 할머니의 얼굴에 그날의 아픈 역사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날은 세상이 온통 시뻘건 하늘로 뒤덮였습니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아이들 울음소리가 가슴 시리게 울려퍼지고...

정치가 뭔지 좌익이 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수많은 주민이 폭도로 몰려 경찰들을 피해 달아나야 했습니다. 아영과 부모도 몸을 숨긴 채 경찰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영은 부엌에 몰래 들어가 항아리를 들고 빠져나오다가 탕! 총에 맞습니다. 그 이후 말하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한 맺힌 인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저 할망이 안 다쳤으면 틀림없이 상군 해녀가 됐을 텐데..."

"물질도 잘하고 좋아했는데."  

꿈도 많고, 잘하는 것도 많았을 소녀 아영의 삶이 왜 그렇게 짓밟혀야 했을까요?

 

 

다랑쉬굴, 빌레못굴, 북촌 너븐숭이, 동광리 무등이왓, 노형리, 성산포 터진목, 표선 백사장, 큰넓궤, 정방폭포, 알뜨르 비행장, 정뜨르 비행장, 섯알오름, 모슬포, 만벵듸, 서우봉, 선흘리, 반못굴, 토산리...

 

이곳은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유해가 발견되고, 증언이 기록된 아픈 역사의 현장입니다. 제주도에 가게 된다면 이곳에 꼭 들러 그들을 기리고, 추모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섬에 숨겨져 있는 비극적인 역사를 되짚어보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해지고 싶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유족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가 이루어질 때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제주 4.3사건을 상징하는 꽃 '동백'의 꽃말처럼 진상이 밝혀지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솔직 담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