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옥타비아 - 2059 만들어진 세계 활자에 잠긴 시
유진목 지음, 백두리 그림 / 알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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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70세의 모가 과거 사랑을 담담히, 또는 처절하게 추억하며 쓴 일기형식이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혐오나 사랑과 같은 불안정한 요소가 배제된 후, 안전한 가상의 공간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에 대한 열망과 짙은 향수를 느낀다. 1984나 멋진 신세계와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획일화된 사회에 대항하는 위 소설들과 달리, 같이 도망치던 연인이 죽자 무기력에 빠진 모가 안전한 사회로 돌아오기를 택하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회한과 공포,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망, 사랑의 기억으로 가득한 문장들이 계속 사로잡는다. 존재 자체로 사랑받아 행복했던 모도 마음이 가지만, 안전한 세상으로부터 함께 도망친 그와 있음에도 매일 불안해하던 모가 기억남는다. 내일 곁에 그대가 없을까 두려워하며 잠들고, 일어나서 그의 존재를 느끼고 안심하는 모, 행복하면서도 그를 상실할까 두려움에 떨던 그 순간을. 곁에 있는 이가 떠나고 추억 안에 갇혀 무기력했던 나를 홀로 일어날 수 있게 했으며, 성숙한 모습으로 그를 마주할 용기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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