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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계
솔해 지음 / 로망띠끄 / 2015년 10월
평점 :
서장
2년 전, 이 작품의 연재를 기억한다. 그 당시에도 이 글은 그 사이트에서도 탑이었고, 댓글도 1위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밌었다.
소재는 자극적이었고, 주인공의 사연은 슬펐으며, 사랑은 애절했다.
STORY
강간으로 인해 태어난 여주는 양아버지의 사업을 위해 팔려가듯 결혼을 하게 된다.
독종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편 이준우를 위해 3년간 뼈빠지게 노력을 했으나, 돌아온 것은 그의 외도뿐.
만성 우울증을 가진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고, 그 장면을 목격한 남편이 이혼을 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태생적인 장벽이 그녀를 짓누르고,
자꾸만 무너져가는 그녀를 지키려는 준우의 애절한 이야기다.
감상
구성은 1부 내가사는세계 <여주입장> + 2부-그녀가사는세계 <남주입장> + 에필로그로 되어있다.
연재때는 1부만 연재하시고, 2부와 에필로그는 처음보았는데 확연히 2부가 더 좋다.
나는 이 책을 빠르게 한번읽고 천천히 한번을 더 읽었는데,
1부는 그녀가 우물을 벗어나 세상을 둘러보는 이야기도 있다지만
2부는 오로지 그녀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그래서 더 애절하고 마음이 아팠다.
1부의 여운이 끝나지 않고 2부를 읽었을 때 나는 2부 2장까지 눈물 줄줄 흘리면서 읽었던 것 같다.
야이 한심한 새끼야 ㅜㅜㅜㅜㅜㅜ어우 찌질이새끼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신나게 욕하면서 책장을 넘기며...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ㅋㅋ
기타 스토리는 각설하고...
내가 여러번 생각에 빠진 장면들이 있었다.
check point1. 답답한 여주? NONO. 헌신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여주.
초반부터 남주는 묻는다.
"그러는 넌 뭘 했는데? 니가 했다는 사랑. 나는 읽을 틈이 없었어." (대사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나도 남주에게 깊이 공감했다. 대체 뭘 했다고 사랑받길 원했니?라고 그녀를 탓했다.
그러나 그 뒤로 구구절절 풀어내는 그들의 과거가 나올수록, 그녀로써는 최선을 다 했구나 싶다.
여주는 보통 소심한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 결여된 것에서 태어났고, 사랑받지 못하면서 커왔다.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매우 서툴다.
그녀의 표현이란 그저 그의 성공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남의 상가집에서 일을 한다거나,
그를 위해 완벽한 살림과 내조를 해내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가 그에게 처음으로 화를 냈을 때, 남주는 위의 저 대사를 묻는다.
그리고 충격에 빠진다.
그만큼 그녀는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check point2. 여주의 이름은 1부가 끝날때야 나온다. ★★★★★ 별 다섯개짜리다. (심각)
당췌 여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것도 사실 1부의 마지막에서야 알았다.
그것도, 그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마무리 할때야 비로소 이름이 나온다.
그 이유는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또한 작가의 치밀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제목은 내가 사는 세계이다. 하지만 나의 세계 안에서 나의 존재를 규명짓는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나 그녀의 독특한 성장배경. 강간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것은 그 무게를 더한다.
그녀가 사는 세계에는, 그녀가 없다.
그녀를 사랑해 온 사람도 없다.
학대만을 일삼던 어머니에게 반항한번 하지 않고 복종을 했던 것이 이름때문이었다.
존재는 있으나, 그 존재를 억눌러야 했던 여주에게 다시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더이상 어머니에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독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아닐까 싶었다.
check point3. 장미꽃을 주는 정신병원의사. 그리고 우울증.
정신병원 의사는 환자에게 꽃을 내민다. 꽃을 받으면 우울한 사람은 없다고. 행복해질거라고. 여주는 이혼을 하고나서 그 꽃을 처음 받는다. (실제로 이런 의사선생님이 있다면 정말 큰 위안이 될듯하다..)
무튼 의사는 여주와 준우에게 대하는 태도가 매우 많이 다르다. 2부에서 의사의 사정이 짧게 나오지만 그 부분도 매우 짠했다...
사담이지만 전공으로 정신분석이론에 대한 과목을 들었는데, 그게 이 책에 나와서 깜짝 놀랐다. (아직도 기억한다는건 자랑~) 작가가 우울증에 대해 많이 공부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BEST장면
그녀를 구렁텅이에 몰아넣던 어머니와의 마지막 장면이 이 책의 BEST였다.
자신을 사랑했기때문에 그런 이름을 지어준것이 아니냐며. 그래도 키워져서 고맙다며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던 장면에서 눈물을 쏟았고
마지막 어머니의 대사.
"그 사람한테는 대접받고 살아."
그 부분에서 폭풍오열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쉬운 점
아쉬운 점 1. 그들의 사랑은 여타의 책과 다르게, 완벽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에필로그에 조차 그들에게 시련은 찾아온다.
에필로그에서 직접적인 유산의 장면은 나오지 않고 그 후의 이야기인데, 맘이 찢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여주에게 어렵사리 찾아온 쑥쑥이(태명)가 떠나고 또다시 힘들어하는 부분에서
자신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는데 태어났고, 그렇게 원하는 아이가 찾아오지 않으니... 자신의 저주같다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있다.
그 힘든 시간을 극복해나가는게 에필로그의 내용이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독특한 성장배경이 있는 여주에게 그런 일들이 벌어지니
아... 이제 그만 괴롭히세요ㅠㅠ작가님 ㅜㅜ 이런 마음이 들었다.
아쉬운 점 2. 더 듣고싶은 두 사람의 이야기.
여주, 남주, 서브. 그 외에도 다른 사람의 사정이 많이 나온다.
아마 시리즈를 구성하신 듯 한데..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었다.
아쉬운 점 3. 엔터를 아끼셨다.
엔터 숭덩숭덩 된 책들을 보다 대사보다 지문이 많은 책을 보니 조금 놀랐다. 읽다보면 금방 따라가지만 엔터를 조금 더 많이 넣어주셨으면...하는 바램이 든다. 하긴..만일 그럤다면 오백페이지는 훌쩍 넘을지도 모르겠다.
문단이 길고 가볍거나 / 뚱뚱하고 무겁거나.
나는 후자....아니 전자........아 모르겠다............
걍 전자책을 또 살듯하다.
마무리하며
전작 썸앤쌈의 분위기와 확연히 다른 책이다.
썸앤쌈은 가볍고 발랄하다. 굳이 따지자면 여름에 읽기 좋은 책?
후속작 내가사는세계는 무겁다. 그리고 어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듯하고 눈물이 난다.
찬 바람이 불어 따스한 봄이 올 때까지. 책장에서 여러번 꺼내질 듯 하다.
한 줄 평.
완전하지 않은 사람들의, 완전해져가는 이야기.
첫 키스를 한 소녀처럼, 첫 정을 준 숙녀처럼.
메마른 여자, 내 아내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는 내게 한겨울의 강물처럼 시리게 차가웠고, 봄날의 가뭄처럼 건조하게 굴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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