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실 - 잡아라, 그 실을. 글이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앨리스 매티슨 지음, 허진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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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딘가에서 정말 괴로워하며 진지하게 소설을 쓰고 있는, 그러나 아직 소설로 빛을 발하지는 못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친절한 충고다. 작가는 시인 및 소설가로 활동하며 생계를 위해 20년 이상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작품으로 문학상을 비롯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나는 앨리스 매티슨의 소설 작품을 읽은 적이 없음에도, 소설을 잘 쓰는 일과 소설 쓰기를 잘 가르치는 일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이 책에서 보여준 친절함 때문에 작가를 신뢰하게 됐다. 


먼저 작가는 자신이 겪은 수강생들의 소설과 그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예를 들면 


“가끔 작가 초년생이 쓴 소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사건을 생각해 내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 사건에 대해 쓰기를 원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창작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말하는 것보다 보여 주는 것을 옹호하기 때문에 …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규칙에 어긋난다는 믿음이다.”


와 같은 문장을 통해 소설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들을 정확히 짚어내 설명한다. (그들이 왜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지는 책을 참고하길.)


그러한 충고가 값진 이유는 앨리스 매티슨이 정말 재능 있고 멋진 작가, 혹은 아주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을 안타까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이유 대부분은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겪는 몇몇 어려움 때문인데 앨리스 매티슨의 확고한 어투가 믿음을 준다. 그건 누구나 겪는 일이며, 누구나 괴로워하며 감내하는 일이라고. 그 안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결국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말이다.


“우리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글을 쓰게 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밖에 없다.”


“글을 쓸 때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듯이, 우리 모두 더욱 용감해져야 한다. 잘못되어 봤자 얼마나 잘못되겠는가?”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확실한 실용서는 아니며 오히려 글 쓰는 사람들과 연대를 이루고 싶게 만드는 에세이가 맞을 듯하다. 나도 책의 인상 깊은 구절들을 사진으로 찍어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공유했고, 대부분 명치를 때리는 말들이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소설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긴 시간 머리를 쥐어뜯어 가며 글을 써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지구 건너편에 있는 너도, 역시 괴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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