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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박각시
줄리 에스테브 지음, 이해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4월
평점 :

꼬리박각시
작가 줄리 에스테브
출판 잔
롤라. 참 가엾기도 하지만, 항상 불안하고 위험한 여자 라고 정의하고 싶다.
롤라를 보면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지를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내 울타리가 되주시는
부모님이 계시고 내가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아이가 있다. 이 울타리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고 삐딱한 울타리를 가진 사람, 울타리가 반쯤 있는 사람, 울타리가 썩어가고 있는 사람, 새로운 울타리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롤라는 울타리의 한부분을 정말 순식간에 너무나 소중하게 지켜줬어야 할 시기에
잃었다. 남은 울타리 마저도 점점 썩어가버리고 무너져내려갔다. 롤라는 스스로 울타리를 벗어났고 그렇다고 자신을 위해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지도 않은 것 같다.
하루하루를 롤라와 같은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불쌍한 롤라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롤라 같은 인물을 내곁에 두고 싶진 않다. 나까지 물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다.
여덟살에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남은 아빠는 그런 롤라를 엄마 몫까지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빠도
아내를 잃은 슬픔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 같다.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에 빠지게 되고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면 롤라의
아빠는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라도 해야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던 거겠지 라고 생각해 본다.
롤라의 방탕한 생활은 무엇을 위함이었을까.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행위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남자들과의 관계, 그
관계가 끝나면 의식처럼 남자의 엄지 손톱을 손톱깎이로 깎아 유리병에 모으던 롤라. 그 병을 다 모았다면 롤라의 텅빈,
공허한 무언가를 꽉 채울 수 있었을까? 그렇게라도 되었다면 롤라가 변할 수 있었을까? 계속 의문이 든다.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롤라가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불행이 닥쳐도 서로 도와가며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주위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 롤라가 어쨌든 스스로 자신을 파괴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