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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평점 :
내가 알던 그 사람
작가 웬디 미첼
출판 소소의책
어느 날, 갑자기, 왜?, 무슨 이유로, 너무나 낯선, 전혀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그런 느낌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과연 그 느낌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알던 그 사람, 바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예요. 치매를 앓기 전 내가 알던 그 사람과 치매를 앓고 치매가 진행
되며 달라지는 자신을 느끼며 그것들을 기록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작가 웬디는 자신의 기억력이 너무나 뛰어났던 사람이라 60도 안된 나이에 찾아온 치매라는 자신의 병명을 받아들이기 너무나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녀의 삶은 자신을 위한 삶이었는지 딸들을 위한 삶이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웬디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 상황을 견뎌내며 두 딸을 키워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지요.
사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게 했구요. 내 가족이 겪을 수도 그 당사자가 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치매라는 병을 이렇게 잘 견뎌내며 자신의 삶을, 자신의 스케쥴을 스스로 소화해 내는 웬디가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죠.
그녀는 강한 사람이었어요. 생각해 보니 저는 어려서는 부모님의 그늘에서 별 어려움 없이 성장했고 또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평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예요. 학교를 다니고 직장 생활도 해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주부라는 삶을 살고 있지만
저는 한번도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어 넣은 적이 없어요. 언제나 기타란을 체크하곤 하죠. 굳이 따지자면 백수라고 하는게 제일
알맞는 직업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는 두 딸을 낳았고 어린 딸들을 두고 남편은 그녀를 떠났어요. 두 딸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해야했고 두 딸의 스케쥴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야만 했고 두 딸이 10대가 되어 어느 정도 그들만의 생활이 익숙해질 수 있었을
때에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그녀의 삶은 두 딸에게 맞추어졌던 것 같아요. 두 딸과 그녀의 일에 너무나 완벽했던
그녀에게 찾아온 치매라는 병명은 내가 그 상황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일것 같아요. 가족들도 마찬가지이겠죠.
치매 뿐만 아니라 어떤 병이라도 가족들은 상심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하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기억을 내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병보다 쓸쓸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가 진단을 받고 살아온 삶에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 남은 삶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들을 꼭 해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