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와 그림자는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들이 참 예쁘다. 해 질 녘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그림자와 미루, 창밖을 보고 있는 미루, 길을 떠난 미루의 뒷모습 등 매 쪽 색색 가지의 그림이 참 예쁘다.자신을 잃어버리고 바쁘게 사는 어른들은 그림자가 없다. 주인을 잃어버린 그림자들은 주인이 있는 척 사람 흉내를 내고 있다. 주인을 잃어버리고도 여전히 있는 척하는 그림자들이 슬펐다.어린 미루는 어쩌다가 그림자를 잃고 길을 나서게 되었을까. 왜 아무도 미루를 말리지 않았을까.미루와 그림자의 이야기는 열려 있어 읽는 사람 저마다의 이야기에 맞추어 볼 수 있다. 맑은 날만 계속되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사막이 되는 것처럼, 이 책은 어둡거나 그늘진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란 걸 이야기 하는 것 같다.아무 일도 겪지 않은 사람보다는 무어라도 겪어보고 해 본 사람들과 이야기가 더 즐거운 걸 보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그늘을 지나며 사람은 자라는 것 같다.미루와 그림자는 조용히 읽고서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책 같다. 나는 나의 그림자를 잘 데리고 있는지 나의 그림자도 흐려지지는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