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이향순 옮김, 일라 사진 / 북뱅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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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꼬마도 졸린 눈을 비비며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졸려?’ 하고 물으면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자지 않겠다는 고집 때문에 종종 씨름을 하지만 천근만근 내려오는 눈꺼풀을 주체하지 못하고 버티는 모습이며, 먹다가도 결국 그대로 잠에 빠지는 모습에 마냥 웃음꽃을 핀다. 그런데 바로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은 바로 어디서든 금세 잠에 빠지는 귀여운 아기 사자의 모험을 담고 있다.

 

앞표지 사진이기도 한, 졸고 있는, 제대로 잠에 취한 아기사자!

요 귀여운 아기 사자는 늘 졸려하고, 언제 어디서나 졸음이 쏟아진다.

 

언제 어디서나 졸음이 쏟아지는 귀여운 아기 사자! 하지만 동물원 밖 다른 동물 친구들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 수 없어,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넓디넓은 세상으로 나온 아기 사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아기 사진은 과연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며 호기심을 키운다. 

  

 

 




언제어디서고 조는 귀여운 아기사자의 모습이다.  걷다가도, 강아지가 다가와도, 고양이가 성이 나 그렁거려도, 귀여운 아기 고양이와 함께 하는 어느 순간에도 한 가득 쏟아지는 졸음에 눈이 반쯤 감기고 때론 한없이 꿈나라로 빠져드는 아기 사자의 표정과 다양한 다른 친구들과의 살아있는 표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누군가는 흑백사진이라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다채로운 색채의 동물 사진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즈음 흑백사진은 어쩌면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 역시 ‘웬 흑백사진, 컬러 사진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데 이 사진 작가의 이력을 알고, 사진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쉽게 마음을 풀어진다. 오히려 그 어떤 사진보다 마음 깊이 파고든다. 혹시나 선입견에 책이 주는 감동과 흥미에 소홀해질 수 있어, 잠깐 소개해본다. 동물사진작가 ‘일라’는 세계 각지를 누비며 생활했고, 동물 사진을 찍기 위해 실제로 아기 사자, 아기 곰도 키우고, 야생동물들을 찾아 야생의 대자연 속으로 직접 여행을 하며 발품을 팔아 아주 생생하게 동물들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냈다. 동물을 사랑하고 아꼈던 일라의 애정에 동물들도 교감했던 것인지, 인위적이지 않고 훨씬 생동감 넘치는 표정들에 절로 눈길이 머문다. 그런데 일라는 인도에서 우차 경기를 촬영하던 중에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그것이 바로 1955년이다.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아마 컬러 사진이 보편적으로 실용화되기 전, 아니면 그 즈음일 것이다. 그렇기에 흑백사진으로 귀여운 아기 사자를 만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숙연해지는데 왠지 모르게 사진 속 풍경과 동물들의 표정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지고, 그 소박함과 정겨움의 진한 감동에 빠져든다. 

 

 


 

마지막 사진, 쿨쿨 제대로 행복한 꿈나라에 빠진 표정인 듯,

정말 귀여우 아기 사자에 마음마저 환해진다.

 

표정이 말 그대로 살아있는 아기 사자와 동물들, 그 풍부한 이미지에 감탄하면서, 졸린 척 고개를 꾸벅이며 장난을 치는 우리 집 꼬마는 금세 아기 사자와 친구가 된 듯하다. 눈을 반쯤 감은 졸린 눈의 아기 사진을 흉내를 내니, 또 다른 재미에 빠진다. 이 책은 ‘일라’라는 사진작가의 사후(?), 기존의 일라의 사진 중에서 엄선해,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완성된 그림책이다. 사진 속 풍경, 동물들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다음 장의 이야기와 아기사자,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생생한 표정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귀여운 표정들에 환한 미소가 피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서서히 잠드는 아기 사자, 어디서든 쉽게 졸음에 빠진다는 설정은 아기 사자와 그 다음 장의 이야기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끊임없이 어떤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는 특별한 모험, 색다른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몇 몇 영화들이 떠오르면서 아이와 함께 읽는 내게도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정말 단잠에 빠진 아기 사진을 보니, 그 달콤한 단잠에 빠져들고 싶어진다. 우리고 잠투정을 하는 우리 집 꼬마에게 ‘잘 자요’ 하고 속삭여줄 것 같다. 정말 행복한 꿈나라로의 여행을 약속해줄 것 같아, 잠자리에서도 즐겨 볼 수 있는 책 중에 백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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