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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면의 진실을 날카롭게 캐내지도, 비판적인 시작이 부족한 내게 다른 관점에서 우리 고전을 다시 읽는 것 자체로도 무척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흥미롭다. 고리타분하고 한문체의 어렵고 난해하고 지루한 고전에 대한 높은 벽을 깨버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색다른 해석이 신선하고 유쾌하다.
우리들의 속내, 그 들키고 싶지 않은 무수한 욕망들을 고전 읽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있다.
장화의 계모의 입장을 조선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체제 하에서 살뜰히 살펴보고, 대변함으로써 그녀의 아픈 상처를 위로한다. '권선징악‘이란 우리 고전에 대한 틀에 박힌 정의가 얼마나 우리 고전에 한계를 정하고, 가둬두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권선징악의 천편일률적 해석을 ’폭력적 해석‘이라며 그 속에 감춰진 또 다른 일면에 대한 재해석은 무척 참신하고 이색적이었다. 오히려 미처 살피지 못했던 진실에 대한 과감한 접근은 때론 불쾌할 정도지만 속이 시원할 만큼 통쾌하였다.
<토끼전>을 ‘욕망이 넘실대는 잔인한 소설’이라 해석하며 ‘정치 풍자의 최고봉’, 또는 ‘인간 본성(정치적 인간에 대한 처연한 진실’이라고 말한다. 소개되는 여러 고전들에 대한 저자의 상큼한 재해석은 ‘고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를 생생하게 인식하게 된다. 우리 고전 속에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들의 삶, 본성을 반추하고 되돌아보고 있는 실마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어린 적 동화책으로 박재된 그렇고 그런 도덕률(위선으로 가득찬 현실에선 무용지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회의적인 도덕 아닌가)에서 벗어나 좀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철저하게 은폐되었던 고전 속 진실을 찾아 신나는 모험의 시작이었다.
어린 시절 읽은 이야기가 전부인 줄 알았던 나의 무지몽매가 부끄러웠다. 어린이판 고전에 갇힌 채 그만큼 우리 고전에 무관심했고 한 번쯤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성한다. 앞으로 우리의 고전 속 다채로운 삶의 지혜, 내밀한 본성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하는 2011년이 되었으면 하는, 새해 바람, 계획을 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