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의 발견
노엘 보탐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교양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살펴보니, 교양[敎養]이란 ‘가르쳐 기름’과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교양’의 의미를 되새긴 이유는 바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 읽을 만한 책 11월 선정된 책 <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의 발견> 때문이다.

책을 펼쳐들고서 정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서론 본론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지식의 단편들이 쭉~ 나열되어 있지 않은가! 읽는다고 해서 과연 지식이란 것이, 교양이란 것이 쌓일지 의구심이 앞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 말어? 한참을 고민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가 있나? 하는 괜한 호기심이 손끝을 자극하였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 교양 분야에 선정된 이 책은 내겐 ‘교양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그리고 제목을 보자. 지식은 지식인데 ‘쓸모없는 지식’이란다. 그런데 유쾌하단다. 그렇다면 지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또 묻는다. 지식과 교양이 무엇인지 확답을 얻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그만큼 지적 역량을, 깊이를 다지기에는 살짝 부족했다.  

그리고 또 책은 말한다. 지식이 꼭 쓸모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요즘처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보의 진실, 사실성의 한계를 느낀다면, 그리고 그 홍수 속에 지친 현대인들이라면, 충분히 쓸모없지만 유쾌함으로 무장한 지식들로 잠시 여유를 느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지식을 바로 유용성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잣대로만 평가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이렇게 ‘지식’에 대한 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는 책이 바로 <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의 발견>이다.  

그런데 정말 제목만큼은 그 어떤 책보다 100% 아니 200%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책 내용은 제목에 아주 충실하였다. 제목을 의심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정말 하등의 쓸모없는 지식들의 나열이라 해도 무관할 듯, 하지만 읽는 내내 시종일관 유쾌하였다. 그리곤 어느 순간, 단편적인 지식 사이에서 뭔가가 불쑥 불쑥 튀어나왔다. 알게 모르게 자꾸만 쓸모없던 지식들이 축적되는 사이, 그 속에서 몇 가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여운을 남기며 나름 유익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쓸모없는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자는 목적 아래, 1995년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와 작가, 예술가들이 모여 ‘쓸모없는 지식 협회’를 결성하였단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의 발견>이다. 최근 연신 들고 다니며 낄낄거리고, 정신을 홀딱 빼앗긴 책이기도 하다. 

어떤 깊이와 무게로 다가갈 필요 없이 묵직한 사건사고들 사이에서 시간을 비틀어 혼자 유유자적한 느낌이랄까? 딴 세상을 펼쳐주며 고단한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정말 양파 껍질을 벗길 때, 껌을 씹으면 눈물이 나지 않을까? 피노키오처럼 산 채로 고래에게 잡아먹혔다가 구조된 선원의 이야기-이틀 동안 고래 뱃속에 있다가 구조되어 35년을 더 살기까지 했다는데-는 사실일까? 지식 이전에 사실 여부에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일단 무척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한 가득이다.

 

처음, ‘쇼 비즈니스와 유명인사들’ 편에서는 정말 쓸모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명인사들의 삶을 엿보다보면,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삶 저편엔 우리네와 다를 바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동물과 식물’편의 다채로운 생물 이야기는 자연의 경리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이쯤 되면, 과연 ‘쓸모없는’ 지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미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우리는 유쾌하면서도 유익한 지식들, 여러 모로 쓸모 있을 지식들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닮이 가장 오래 날았던 13초의 시간, 여섯 시간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의 알이 부화하는데 걸리는 3년의 시간, 햇빛을 가장 좋아하는 북극 바다갈매기가 남북극을 오가는 32,000km라는 어마한 이동 거리 등은 인간의 시공간 개념을 화르르 무너뜨리며, 생명의 경이,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반려 동물들에 대한 정보는 그들을 이해하고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유용한, 쓸모 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아침에 깨어나는데 카페인보다 사과가 더 효과적이라는, tv를 시청할 때보다 잠을 잘 때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한다는 등의 유용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자궁 속 아이도 꿈을 꾼다거나, 아이들이 일 년 중 봄에 더 빨리 자란다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인체와 관련한 무시무시하지만, 신비로운 이야기 역시 흥미를 끌었다.  

유명 작가들, 영국 왕실, 미국 대통령들의 숨겨진 비밀 등등, 시시콜콜한 가십성 이야기도 여럿 있지만 굴곡진 삶 속, 그 역경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단어의 유래와 의미에서 실수투성이 말들은 절로 우리를 웃음 짓게 만든다. 물론 의미심장한 문구들로 가슴 깊이 새겨보기도 한다.

 

“비관주의자는 모든 기회 속에서 난관을 보지만,

낙관주의자는 모든 난관 속에서 기회를 본다”

윈스턴 처칠 (118)

 


시시콜콜, 잡다한 이야기는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주변의 익숙한 것들에 소홀하기 쉽다. 그리고 그 사소함 속에서 삶의 명쾌한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 그래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만끽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는 책이 <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의 발견>이다. 이 겨울, 한가로이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누워, 읽을수록 정말 행복 바이러스가 마구 퍼지는 지식 한 다발을 가슴에 품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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