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ㅎㅎㅎ 제목처럼 어려운 미술이 아니라 심심풀이 땅콩처럼 방바닥에 배붙이고 주전부리 입에 물고 낄낄대며 읽어 나갈 수 있는 미술입덕 책.
뭐 그렇다고 가볍게 입맛만 다시거나 미술사나 읊어대며 대표 작가 작품이나 입질하는 패션쇼 같은 책은 아니고.
근현대 미술의 거장 중 지대한 영향을 미친 14인을 소개하긴 하는데 예의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화법으로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팟캐스트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빨이 충분히 느껴지는) 재밌고 유쾌하게 그러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는 콕콕 짚어가면서 풀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미술문외한이라도 무척 재밌게 그래서 금방 다 읽어 버릴 수 있는 책이다.
어떤 미술작품 앞에서 철학적 사유라도 해야 되는 냥 심각한 고민의 얼굴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태도는 미술이(확대하자면 모든 예술이) 꼭 권위있는 전문가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우리 삶 일상의 모든 것이 미술의 소재가 될 수 있고, 그 안에서 느낀 것을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표현하면 그것이 미술(예술, 음악도 마찬가지)이며, 그것의 감상과 향유 또한 일반 대중 누구나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나부터 열까지 지시하는 까칠한 선생이 아닌, 문화인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위해 교양의 경험치 축적을 위한 지루하고 딱딱한 수업과목이 아닌, 기분좋게 즐기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편한 친구같은 미술로 소환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뭉크, 칼로, 드가, 고흐, 클림트, 실레, 고갱, 마네, 모네, 세잔,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뒤샹 등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미술 거장들의 작품은 물론 그들의 에피소드와 실패와 성공, 연애담까지 곁들인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근현대 미술사의 흐름과 발전을 미술가 중심으로 이야기하여(어려운 서술이 서술이 아니라 말그대로 엄마나 할머니가 이야기하듯) 전혀 지루하지도 않으며 핵심은 놓치지 않는다. 각 장 마지막에 《더 알아보기》로 엑기스 뽑듯 친절한 편집까지 곁들여 어린 아이나 청소년도 무리없이 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책에 소개된 거장들의 도판 목록 내용에 그 소장지가 생략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뭐 쉽지는 않겠지만(어쩌면 영원히 요원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 언젠가는 그 대작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행운의 순간이 오지 말란 법은 없지 않겠는가. 저자도 직접 보고싶어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돈 벌어가며 유럽 미술관 순례를 했으니 말이다.
아내가 궁금하다고 해서 빌려와서 내가 먼저 단숨에 다 읽어버린 건 안비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