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 | 섹스
제목에서부터 대략 난감해질 수도 있는, 우리 삶 전체를 관통하는 누구나 관심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으나 그렇다고 훤한 마당으로 끌고 와 진지하게 다루기에는 왠지 뒷통수가 따끔거리는 그런 주제.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라는 스탕달의 명제에서 ‘섹시함 역시 행복의 약속‘이기에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인간 존재 본연의 기저에 깔린 그 끌림과 욕구는 결코 무시해서도 이상하게 취급해서도 안됀다는 저자의 생각이나 섹스와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는 병원의사가 아니라 고통을 조절하며 받아들이는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호스피스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나,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란 선언이나 섹스와 결혼의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하다는 사실과, 인간인 이상 거의 예외없이 모두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이와 관련된 문제와 그 고통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태도까지를 망라하고 있는 이 저작은 저자가 2008년 런던에서 ‘인생학교‘란 것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가장 주목받았던 여섯 가지의 강의를 ‘인생학교 시리즈‘로 출간하게 된 것 중의 제일 첫 번째 작품이다.
말미에 <더 찾아보면 좋은 자료들>을 수록해 놓았는데, 저자의 폭넓고 깊은 지적 관심과 연구를 어렵지않게 짐작하면서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탐구정신을 배양하고 고무시키며 금단이며 터부의 영역처럼 여겨지던 예의 그곳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끔 만들고 있다.
나머지 인생학교 시리즈의 주제인 <돈, 일, 정신, 세상, 시간>을 저술한 작품 역시 탐독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곧장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