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내공
지구상의 뭇생명들과 자신을 현저히 다르게 만들고 문명과 문화를 꽃피우며 46억 년 지구의 역사에서 불과 24만 년에 지나지않는 햇병아리 같은 존재인 인간이 주인노릇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한마디로 말의 중요성과 그 효용은 시쳇말처럼 두 말하면 잔소리고 세 말하면 입 아플 지경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동서양 고전의 화술>이란 부제가 붙은 《말의 내공》은 이러한 ‘말‘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나와 너를 살리고 성공으로 이끄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처세술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히 말재주의 잔기술이나 요령을 설파하며 어설프게 가르치려 드는 그런 류의 책은 단연코 아니다.
능수능란한 화술이 아닌(물론 이것도 내공이 쌓이면 저절로 닿게 되는 궁극의 경지가 될 수도 있겠다),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수양을 바탕으로 타인과 세상으로 향한 열린 마음과 관심 이해로써, 나와 세상을 알고 배워가는 하나의 수련과도 같은 노력의 과정으로서의 공부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어쩌면 철학 냄새가 솔솔 풍기는 그런 책인 듯 하다.
말그릇을 키우기 위한 자신의 <수양> 단계부터 자신의 올바른 생각을 가지기 위한 <관점>바꾸기 단계, 말의 깊이를 위한 <지성> 단계, 참신한 말하기인 <창의성> 단계, 마음으로 듣는 <경청> 단계, 잘 묻고 잘 이해하는 <질문> 단계, 중용이 중요한 말하기 기술인 <화법>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천할 말 버려야 할 말인 <자유>의 단계 등 총 8단계로 구분하여 동서양 고금의 고전과 철학을 가져와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쉽게 풀어주고 있다.
끝으로 이렇게 살다간 말의 내공의 경지를 보여준 달인들-성현, 석가모니 공자 한비자 예수 숭산 이규보 맹자의 예에서 실전에서의 말은 어떠해야 하는 지, 울림과 감동과 여운이 있는 말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구태의연하게 주저리주저리 잔소리같은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이다.
구성에서도 깔끔하게 구분하여 정리가 일목요연하게 되고, 그 내용에서도 각 장별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 핵심만을, 그것도 고전이라 부를 수 있는 뛰어난 인물들의 어록을 근거삼아 보여주고 있어 한 눈에 한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 부담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 목차만 한 번 쓱 다시 봐도 그 키워드들로 어떤 내용이었는 지 머릿 속에 생생히 그려지니 무척이나 유익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주옥같은 문장이 나로 하여금 색연필로 밑줄을 긋도록 하여 알록달록 면면을 꾸며주었으나, 다음의 구절은 두고 두고 기억하고 되살려 나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분노와 슬픔, 좌절과 어둠, 거짓과 위선이 만연한 말.말.말.들의 홍수에 익사할 것 같은 요즘에서는 더욱 더.
‘감정을 알맞게 경영하는 게 우선인데, 그것은 결코 감정을 억누르라는 말이 아니다. 감정을 경영한다는 것은 안팎으로 감정을 풀어 주는 것이다. 안의 감정을 풀어 주는 게 명상과 알아차림이라면, 그런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용이다. ... 중용적 말하기란, 내뱉기 혹은 인내로 일관하는 말 습관을 버리고, 때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142쪽)
덕분에 신도현 작가의 새 저작, 《조선이 사랑한 문장》도 바로 구매각이 되어 즐거운 배송의 기다림을 만끽하는 중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