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이끼>, <미생>, <내부자들>에서 보여준 탄탄한 스토리와 인물설정, 흥미진진한 전개는 역시 믿고보는 작가 윤태호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해방을 바로 앞둔 1940년대 일제식민치하 말기부터 혼란과 혼돈의 광복, 대홍수, 기근, 신탁반탁운동, 극단의 좌우이념투쟁, 제주4.3항쟁, 남북 단독정부수립, 반민특위, 여순사건, 국회프락치 사건, 김구 암살,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 1.4.후퇴, 휴전까지 대한민국 격동의 근현대사를 상근, 상배 형제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대하역사물이다.
만화라는 쟝르를 통해 당시의 혼란스런 시대를 배경으로 말 한마디 잘못하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야 했던 엄혹했던 어두운 시간들과 당장 하루의 끼니를 잇기 어려웠던 대다수 민초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고증과 실증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게 그려냄으로써 웬만한 근현대 역사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전달과 이해는 물론 그 재미에서도 단연 뛰어나다 할 것이다.
각권에서 등장한 주요사건이나 인물, 단체 등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미주로써 정리했고, 철구네 가족과 당시 주요사건 연대를 일목요연하게 비교 정리한 표를 삽입한 것도 편집에서 돋보이며, 역사전문작가 구완회 선생의 친절한 해설도 이해와 정리 요약에 큰 도움이 된다.
시대의 격랑에서 자맥질해가며 어떻게든 가라앉지 않고 바닥을 기어서라도 살아가고자 했던 그 시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치열한 이야기들은 외할머니 화롯불의 벌겋게 달궈진 인두처럼 뜨겁게, 때로는 가마솥 아궁이의 잔불처럼 은은하게 마음 속으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도둑처럼 온 해방이어서 그랬는지, 친미파로 둔갑한 친일파와 미군정을 등에 업은 세력들에 또다시 나라를 저당잡히고 억압과 압제의 시절을 보내다 좌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남북으로 갈려 그저 한끼 강냉이 죽으로라도 여린 생명을 보존하고자 했던 순박하면서도 어리석었던 그이들의 모습은 마천루 사이로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2019년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과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자본의 노예로 돈과 권력에 길들여지고 그것을 얻기위해 끝없는 눈치 속에서 경쟁과 대결로 스스로를 몰아가는 우리네 슬픈 자화상일 수도 있는 70여 년 전 이 땅 위의 이야기는 여전히 좌우이념에 색깔까지 입혀 지리도록 우려내 먹으며 민족과 민주를 판돈 삼아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질하고 편가르면서 종내는 자기들 잇속을 우선하며 배팅질 해대는 지금의 시끄러운 정치노름판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던 것처럼 영화든지 드라마든지 만화든지 책이든지 그 무엇으로라도 나부터 그리고 나의 자식에게는 제대로 전달이 되어 살아있는 배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재출간된 허영만 작가의 <오, 한강>은 이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색깔과 맛을 선사해주는데,,,그것의 감상은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