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가연 컬처클래식 6
황라현 지음, 김기덕 / 가연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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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는 시나리오가 먼저고 소설이 나중인 책이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작가가 김기덕감독인지 황라현소설가인지 헛갈리다가 책 맨 마지막장을 덮고 궁금증을 참지 못해 인터넷을 통해 알아낸 것이 그러했다. 책을 잡은 순간 십여페이지가 넘어가자 갑자기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한장 넘기기가 힘에 부쳤다. 불구가 되는 순간의 고통이 느껴지는 듯 아팠다. 4층 옥상난간에서 밀려 떨어지기 직전에 공포가 몸을 감샀다. 내가 그러한 것이 아닌데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가족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막연한 두려움이 방안 공기를 꽉 채웠다.

주인공 강도는 상실을 안고 가는 남자이다. 근본적인 상실. 뼈대가 없이 만들어진 찱흙인형이 셈이다. 축축한 채로 팔다리가 만들어지고 찱흙판에 기대어 짜한 햋빛에 몸을 말리고 있다. 그러나 몸이 다 말라버리면 작은 금들이 생겨날것이며 이내 가루가되어 흘러내리다가 푹삭 주저앉아버릴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 내달리는 주인공. 뼈대없이 만들어진 것은 그의 선택이 아니었고 부서질 것을 알면서 햇볕에 나가 서있는 것도 그의 선택이 아니었다. 선택이 아닌 운명으로 그는 타인을 증오하고 세상을 불구로 만들어나가며 실망하고 좌절하다 결국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게 된것이다.

뼈대를 만난다.마침내! 엄마라는 여자. 가냘프고 슬픈 눈을 가졌다. 확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그렇다고 활짝 웃지도 않는 엄마. 미안하다. 강도야. 미안해..내가 널 버려서...뼈대가 강도를 탄탄하게 만든다. 쓰러지지 않게 잡아준다. 찱흙간에 끈끈한 점액을 만들어 서로를 잡아준다. 점점 순해지고 착해 지려는데... 엄마는 엄마가 아니었다.  그가 다리불구로 만들어버린 채무자 이상구의 엄마. 가슴에 묻은 절절한 아들옆에 나란히 묻히길 원했던 상구의 엄마. 내편이 아닌 .. 결국 강도에게는 원래 없었던 엄마. 계속 존재하지 않을 엄마. 하지만 갖고 싶은 엄마. 살고 싶은 끝. 착해지고 싶은 이유..강도는 원망도 눈물도 없이 스스로 상처를 주었던 이들에게 복수의 대상이 된다.

참.. 잔인한 세상이다. 돈 때문에 누군가의 팔 다리를 자르고 가족을 헤채시키고 살아야만 하는 세상. 나도 당신들도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가 강도를 손가락질 할 수 있나.. 우리도 다 그러할 것을.. 부디.. 이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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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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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로 첫 만남을 가졌던 은희경작가의 신작 태연한 인생을 떨리는 손끝으로 구매하고는 몇번을 펼쳤다 덮고 책장에 버려논 고아처럼 방치하다가 다시 맘을 다잡고 오늘에서야 나는 그 읽기를 끝내고 아직도 갸우뚱 고개를 15도쯤 꺽여놓은 상태에 있다.

은희경작가의 다른 소설과 달리 이번 작품은 너무 어렵다. 등장인물들도 생소할 뿐더러 그 성격의 묘사나 행동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튕김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주인공 류는 ..사실 류가 주인공인지 요셉이 주인공인지도 알 수 는 없다. 어쨌은.. 맨 첨에 등장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여인 류는 고통보다 고독에 아파하면서도 그녀의 태연한 인생에 돌을 던지고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던 그녀의 어머니의 삶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채.. 자신의 태연한 인생에 몸을 싣고 표류하고 있는 듯하다. 중년의 삐딱이 요셉은 세상에 모든 패턴이나 삶의 방식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며 살아가고 있다. 요셉의 제자 이안은 현실타협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나 가장 솔직한 성격을 가지고있는 듯하다. 돈많은 유부녀 도경- 요셉의 두번째 여자- 은 멍청하지만 돈많고 시간많으나 나름 태연한 인생에서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태연한 인생을 깨고 나오지도 못하는 일종의 경계선에 있는 여인같았다. 그러나 도경이 가장 현명한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죽음을 향해 내 달려가고있다. 희노애락이라고 했나... 우주 만물에서 인간이 속해있는 부분이 몇 퍼센트인지 알 수 는 없으나 우리는 우리가 전부라고 느끼고 죽음을 향해 전속질주 하는 몇 초간을 사랑과 배신 존중과 배려 이기와 질투 상처와 버림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정해놓은 성공과 실패의 잣대에 몸을 누이고 아파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요셈의 정해진 패턴을 거부하고 인간의 우월성을 나름 포기한 부분은 다소 공감이 되기도 하였다. 모든 것의 연속성은 없다. 사랑도 성공도 만족도 행복도 모두 일 순간의 감정의 소비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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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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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고 했다. 엄마와 아빠와 아들과 딸.. 오빠와 동생과 언니와 누나는... 가족이라고 했다.

가족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 내 아버지.. 내 할아버지가..가 태어나기도 전부터...있었다.

그 집단의 이름이 가족이었을수도 부족이었을 수도 인종이 었을 수도 있겠으나 가족은 가슴깊은 곳을 찌르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짜르르 관통하는 전류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단어였다.

엄마는 딸의 감정을 공유한다. 아빠는 엄마의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형제나 자매는 동시대 태어난 동지의식으로 그 또래의 질풍노도를 공유한다. 온갖 못난 짓을 내보이고 표독스럽고 변덕스러운 성질들을 다 드러내고 어이없는 감정의 변화도 아무런 가감없이 드러내 놓고 기대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집단이 가족이다. 똥싸고 오줌싸고 토하고 자지러지고 침흘리며 눈깔을 뒤집고 허연 흰자위를 내보여도 가족은 쉽게 잊고 쉽게 일상화 되게 하는것. 가족은 그런 것이었다.

감정의 공유라는 것은 가족이 출원한 특허가 아닐까?.. 흉내낼래야 흉내낼수가 없는 그 고유한 성질. 그런데..돌연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식탁에서 같은 국과 밥을 먹지만 그 시선을 마주할 수 없고 동시대에 질풍노도를 겪고 있으나 힘이 될 수 없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빠의 하는 일을 알 수가 없고 엄마의 숨겨진 사생활을 드러낼 수 없으며 아들의 방화의 욕망을 이해할 수 없고 누나의 비정상적인 집착의 감정을 공유할 수 없다. 어느새 집은 흩어졌던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마무리하러 집결하는 집결장소 같은것. 집단의 구성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정도로 전락해 버렸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들어야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고 다시 각자의 공간으로 사라지는 ... 돌연변이 집단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이런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내 부탁하나 들어줄래?" "나 좀 안아줘" 프리허그의 부탁처럼.. 그 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린 집단이 되었다. 열두살짜리 여자아이가 사라지고... 가족은 본능으로 회귀하는 듯하다. 몸이 끄는 대로 온갖 촉수가 가족구성원의 사람지에 곧두서 버린것이다. 하지만 몸의 곧두섬. 머리의 불안함. 일상이 깨어져버린 것에 대한 불만족..이 다가 아니었을까? 열 두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사하게 돌아오면 이 가족은 다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돌연변이는 고쳐지지 않는다...그렇게 쉽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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