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가족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 현대문학 / 199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지나치다 만난 선배, 같은 동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나이 어린 선배 노릇 단단해 해서 당황한 적도 많았는데(워낙 성격 좋은 탓에 여러 사람들과 원만한 것도 참 보기 좋더니만, 처음 만났을 때는 푹 쳐진 모습이 참 당황스러웠다. 나 혼자만 만난 것에 대해서 기쁜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첫 날은 차 한 잔하고 헤어지고 두 번째는 아구찜으로 그동안의 근황을 조근조근 물어 보았다.) 뭐 사는 것이야.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아무튼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묻기만 한 것은 아닐까?

나는 지금 선배가 두 번째 만남에서 준 무라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을 다 읽었다. 참 오래 걸려서 읽은 작품이다. 오늘 아침 지하철역에서 마지막장을 넘겼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약속은 약속이니까 선배에게 독서일기를 보낸다고 했으니까 보내긴 보내야지 그간 퇴근을 같이하는 동료가 생겨서 책읽기가 상당부분 줄었지만 뭐 그 사람에게도 좋은 정보를 많이 얻으므로...(맞아, 이건 정말 출, 퇴근에서만 읽은 그야말로 길거리의 독서였군) 정말 겐지의 작품이 늘 나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너무 솔직하다는 것에 감명을 받는지도 모른다.

[물의 가족]-물망천을 이승과 저승을 가로지르는 강으로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잘못된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세상과 저 세상도 물이 갈라놓는군. 자꾸 뒹굴고 부비면 안 되는 줄 알면서 그렇게 했으니 참, 야에코 니 팔자도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는지. 이것이 나쁜 짓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말이야. 우리는 귀신이 시킨 일이라고 말하지만(흔히들 무엇이 단단히......)

물이 흐름을 멈추어 버린다면 썩어 버리겠지만 참, 아찔하잖은가? 어쩌다. 사랑을 하게 되어도 또, 어쩌다. 어머니에게 들통이 났단 말인가? 처녀가 아이를 낳고, 아이의 아빠는 말할 수 없고, 어머니는 말문을 닫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익명의 씨앗으로 살아가야할 아이 그러나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윤회의 강을 건너서 결국은 돌고 돌아서 돌아온 아이

나는 물의 가족을 읽을 때 하나로 묶이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 본다. 그러나 아이는 가족을 하나로 연결하고 묶어주는 놀라운 결속력을 제공한다. 부부의 갈등을 유일하게 해소해 주는 아이 아이가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야에코 어머니의 행동 용서하기 시작한 것일까? 아무튼 아이의 존재는 갈등을 해소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절망적일 때도 희망의 싹은 트고 있다.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화자와 야에코와 쿠사바마을의 이야기-물망천은 울면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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