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3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오재국 옮김 / 범우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의 가장 혼잡했던 시기를 시대적배경으로 하여 지식인의 고뇌와 무기력을 보여준다. 격동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참여를 통한 새로운 시대의 갈구와 한편으로는 시대적 격동기에 휩쓸리지 않고 냉철하게 바라보는 부류의 집단. 하지만 시대는 중립적인 것의 선택을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의 선택을 강요할 뿐이다. 역사의 진한 후회를 반복하면서도 또, 그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지바고와 라라의 긴 여정 속에서 지식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무질서와 굶주림이 있을 뿐이다. 공산주의가 내세운 절대적 표어가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서도 그에 반하는 행동을 추구하지도 못한 채 죽음으로 치닫는 주인공. 영화의 단편으로만 바라본 아름다운 기차여행과 설국의 풍경은 오간 곳 없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주인공을 발견할 뿐이다. [꺼삔딴리]의 주인공처럼 시대적 혼돈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세상과 맞서 싸우다 정체성의 혼란으로 스스로의 삶의 종결하는 라라의 남편은 특별히 규정하기 힘든 시대적 인물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혼란기에 나타나는 인간본성이라할까? 그도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길이 허무해서 결정한 일이라 해야할까? 시대적 아픔은 비단 러시아혁명에서만 나타나는 일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광장]에서도 보여지듯 이데올르기의 결말은 이렇게 상처 뿐이여야하는가? 상반되는 사상 앞에서 무기력한 삶의 군상들을 두루살펴본다. 상처 뿐인 라라의 인생의 지바고를 통해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시대는 사람들에게 축복의 길만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격정적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비참함의 끝. 하지만 그 시대 안에서도 성숙된 이성을 보여주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투쟁인지 알기까지... 역사는 실수와 시행착오의 연속성에 줄을 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데올르기 앞에 무기력한 한 인간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위대한 작품 [닥터 지바고]는 정말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인상깊은 소설이었다. 어느시대든 어떤 상황이든 사람들의 삶 앞에는 사랑과 고통, 죽음의 그림자가 깊이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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