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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평점 :
우선 미리 저의 취향을 말하자면 고전소설을 많이 좋아합니다. 작가가 평상시 갖고 있던 생각이나 성향에 관계 없이 무조건적으로 내용에 그 시대상이 반영되니 소설이 쓰여졌던 순간에는 현대 그 자체였던 모습들이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게 좋거든요. 영상매체와 달리 글은 온전히 상상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더욱 몰입하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경계해야 하는게 그 시대상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내용을 읽어내려야 온전히 몰입이 가능하지 그런 것들 조차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등장인물이 타인들 대하는 성향이나 내용의 전개가 자신의 관점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까내리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더라구요.
제임스 설터는 원래부터 작가를 지망한게 아니라 전쟁까지 겪었을 정도로 우직한 군인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아는데, 그의 남다른 경험이 묘사력에 큰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등산이라는 테마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테마에 대해 큰 준비 없이 영화의 각본을 써내리고, 그를 그대로 반영해 영화를 만들었다가 실제 전문가들에게 쓴소리를 듣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고독한 얼굴'은 이런 면에서 아주 상세하게 준비를 하고 써내려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용에서 느껴지는 백미는 역시 주인공인 '버넌 랜드' 의 산을 오르는 태도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말 즐기면서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정복감을 즐기는 모양새지만 아주 큰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등반가들을 구조한 사건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주목 받는 느낌을 즐기기도 하고, 그렇게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카트린에게도 책임감 없다 평가할 수 있는 반응까지 보이며 결국 산을 오르는 것에 몰두를 하게 되죠. 그도 사람인지라 약간의 미련을 내쳐 보이지만 결국은 산을 오르기 위한 선택의 연속으로 귀결됩니다.
저도 누군가가 무심결에 권한 일을 계기로 특정한 일들에 미쳐 사는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랜드 만큼의 열정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공감을 하며 읽어내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