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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포플러 나무
안네 B. 락데 지음, 손화수 옮김 / 행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두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이 고3 수험생시절
두꺼운 문제집을 앞에 놓고 언제 다 푸나 하고 한숨을 쉬었던
그때의 느낌이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아무튼 처음ㅇ네 그랬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첫장을 피면서부터 아니 읽기 시작하면서 쉽게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안네 비르케펠트 락데 라는 작가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나 따로인 듯하면서도
서로 끊김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지니는 흡입력은 정말 뛰어났다.
처음과 끝부분은 삼형제가 할아버지라고 알았으나 아버지였던
탈라크와 그들의 엄마인 안나와의 사랑이야기였다.
물론 처음엔 알 수 없었고 끝까지 읽고서야 알 수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평생을 아버지라고 여겼던 사람이
배다른 형제였다는 설정과 자신의 정부와 아들을 결혼 시킨 아버지
탈라크나 아내와 아들이 있는 남자를, 그것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를
사랑한 그들의 어머니인 안나나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이란 소재는 참 여러가지로 표현되는 것 같다.
때론 아름답고 때론 잔인하고.
중간부분은 토르, 마르기도, 에를렌, 그리고 토르의 딸인 토룬.
이 네사람의 이야기가 마치 서로 다른 이야기인듯 전개되면서도
아주 밀접하고 부드럽게 연결되면서 전개된다.
그들의 다른 생활방식과 내면의 세계가 세밀하게 묘사되면서
서로 가까워 질 수 없는.
그러나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여있는 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동서양을 떠나서 가족이란 물론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에게 가장 가깝고 편안한 상대이면서
또 때로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내 가족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꽤 오랜시간동안 내 머리속을 휘젓고 다니며
잠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