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 시간당 7달러의 임금으로 미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

사실 7달러라 하면, 현재 환율로 8000원가량된다.
시간당 4300원 하는 한국에 비해선 7달러는 굉장히 많은 돈 이지만,
문제는 미국의 살인적인 '주거비'애 있다.


"나와 함께 포크와 나이프를 닦고 있던 게일에게 이야기 했다.
'아니 어떻게 하루에 40달러에서 60달러를 방 값으로 낼 생각를 해요?'
게일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무슨 수로 한 달치 집세에다 보증금을 마련해 두겠어요?'
나는 결국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 P.47


한 음식점에서 만난 친구가 하루에 40달러 이상의 방세를 내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친구가 왜 그렇게 돈을 관리하냐고 물었다가,
치명타를 입는다. 모아둔 돈이 없으면 '절약' 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는 몰랐던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은
특히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보증금 혹은 월세를 일시불로 제공할 수 없는 사람은 결국 모텔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만 아는 절약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하기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수두룩했다.
집세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이라고는 끽해야 전열기 하나 밖에
없는 방에 살아야 한다면 콩 스튜를 잔뜩 끓여 냉동시켜 놓고
일주일 동안 먹는다는지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주로 페스트푸드
또는 편의점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스티로폼 용기에 담긴
수프 같은 걸 사먹게 된다. 의료보험에 들 형편이 안되니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없고,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도
구할 수 없고, 그러나 그 대가를 받게 된다.

- P.48


특히 근로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건강 문제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주에 비해 방값이 싸고
임금이 후하다는 도시에서 일하면서 저자는 큰 위기에 봉착한다.


"일이 익숙해진 대신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근육과 관절은
잘하고 있는데 피부가 반란을 일으켰다. 팔과 다리에 분홍색
두드러기들이 돋아 가려웠는데 이게 점차 심해졌다.
(중략) 너무 괴로웠다. 밤 사이에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져 거의
발작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 때문에 거의 30달러의 약값이 들어갔다."

- P.124


결국 아무리 열심히 살더라도 목돈을 모을 때까지 모든 일이
잘 풀려야만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만일 이 과정에 한번이라도 아프면 모든 저축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임신해 아이라도 태어나는 상황이라면, 상황은
더욱 악화 될 것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제대로 일도 못 할테니 생활 수준은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왜 미국의 인종간 임금격차가 그토록 심하며, 또 갈수록 그 격차가
악화되는지 이 책을 통해 잘 알게 된 듯 하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생산성의 향상 수문만큼은 임금이 상승되야만 하지만,
1990년대 후반의 아주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는 생산성의 향상
속도보다 실질임금의 향상 속도가 믿도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대체로 공화당의 집권기에는 생산성보다
실질임금의 상승률이 낮으며, 민주당의 집권기에는 실질임금이
생산성 수준을 따라가는 것을 확인하니..이건 매우 흥미롭다.
미국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남부의 주들이 왜 공화당을 지지하는지,
이 부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인간은 경제적 이해에 따라
투표하기 보다, 자신이 속해 있다고 생각(=착각)하는 집단의 이해에
따라 투표한다고 볼 수 있는 듯 하다.

책을 읽고 난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없는 사람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변화가 나타나기 어려우며,
현재 미국 사회는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으로는 아이를 키우며
제대로 사는 것은 불가능한 사회라는 것.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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