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 - 우리는 어떻게 자유의지를 갖도록 진화했는가
케네스 밀러 지음, 김성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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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과 창조론'

평행선처럼 서로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류 진화의 역사를 다루는 책들 가운데서 ‘자유의지’이라는 인문학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서술한다는 것에 신선함을 느꼈다. 이 책은 저자가 생물학 교수인 동시에 가톨릭 신자이다 보니 진화를 인문주의적 방식으로 이해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인문학과 과학이 적절히 배합된 책 역시 흔치 않은데, 이 책은 과학도서이지만 인문학적으로 참조한 내용이 풍부하다. 나는 기독교신자다. 창조론을 믿는다. 그래서 진화론을 생각하면 어딘가에서 꽉 막힌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창조론에서 나온 '인간의 자유의지'를 진화론에서도 거론한 거다.

​1925년 7월 21일 미국 테네시 주에서 있었던 소위 ‘원숭이 재판’은 지식과 합리성을 갖춘 진화론과 무지하고 미신적인 기독교 근본주의의 충돌로 묘사되곤 한다. (당시 과학 교사 존 스콥스는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테네시 주 법률을 어기고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 창조론과 진화론이 맞붙은 재판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점은 재판의 근거가 된 ‘버틀러 법’, 즉 공립학교에서는 ‘인간을 원숭이의 후손이라고 가르칠 수 없다’는 내용의 버틀러 법이 진화론 자체를 가르치는 걸 막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종의 기원』은 학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도 상관이 없었다. 다윈이 그 책에서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틀러 법이 정말로 막고 싶었던 건 ‘인간’이 다른 온갖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생물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었다.

오늘날 진화가 일부 사람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간이 하등동물과 같은 기원을 공유한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 윤리, 사회, 의식, 자유의지 같은 인간 본성이 단순히 진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진화심리학의 주장은 일부 사람들에게 정서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저자는 진화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깊이 이해하면 할수록 유구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류가 차지한 위치가 얼마나 숭고한지 깨닫게 된다고 역설한다. 진화의 법칙 속에는 우주에서 인간의 자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아무리 봐도 없지만, 이 사실은 결코 인간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과 종교가 우주와 우주 속 인간의 자리를 이해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다는 저자의 신념과도 이어진다.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이 신념과 주장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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