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철학자 / 마리트 룰만 지음 / 푸른숲::)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줄줄 읊어도, 테아노와 아스파시 아, 히파티아는 모른다. 헤겔, 칸트 운운 해도 독일 철학의 역사 가 빙겐의 힐데가르트로부터 시작됐다는 설명은 낯설다.
무식한 탓이라 자책하지 말자. 인권(人權)이란 남권(男權)에 불 과했다. 여성철학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온 역사다. 그리 배웠 다. 300명의 철학자를 다룬 서양철학사 책에도 여성철학자는 20 세기의 몇명만 등장할 뿐이다.
하여, 책은 의도적으로 폄하되고 묻혀졌던 여성철학자들을 발굴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소피아, 즉 지혜(Sophia)에 대한 사 랑(Philosophy)은 본래 여성적이다. ‘잘난 여성’을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난 남자들, 하느님은 남자들하고만 계약을 했다는 종 교가 너무 오래 세상을 지배했을 뿐이다.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무릇 최고의 여성이란 사람들의 입 방아에 가장 적게 오르는 여성”이라고 했듯, 여권(女權)이 짓눌 린 역사도 오래되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철학자로 이름을 남긴 여성이 100명을 웃도 는 사실 자체가 여성의 놀라운 능력을 입증한다. 기녀 정도나 교 육을 받을 수 있었고, 아버지나 남편에게 한 수 배우던 시대다.
하지만 아스파시아(기원전 460년경~401년경)는 소크라테스로부터 ‘변증법과 수사학에 있어 최고의 스승’이라 불렸다.
당시 그리스의 지도자였던 페리클레스의 두번째 부인으로서 ‘색 녀’로 몰리기도 했지만 소크라테스식 대화술을 발명한 인물이다 . 아스파시아의 살롱에는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비극작가 소포클 레스도 단골로 드나들었단다.
남자 수도사들과 달리 수도원의 체계적 이론 훈련도 받지 못했지 만 빙겐의 힐데가르트(1098~1179)는 독일 신비주의를 창시했고, 자연과학자, 의학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플로라 트리스탕(1803~1 844)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보다 5년 앞서 최초의 사 회주의 강령문건(1843)을 간행했다.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한나 아렌트, 시몬 드 보부아르, 줄리아 크리스테바 등 20세기의 인물까지 서구 여성철학자 85명의 삶과 사상을 촘촘하게 엮는다.
종종 철학사가 동양을 무시한다 했더니, 여성도 잊어졌음을 이제 야 깨닫는다. 그런데 독일 학자가 제시한 페미니즘 철학을 들여 다보다가 속이 불편해진다. 아시아 여성들의 역사는 어디로 간거 지? 이한우 옮김.
정혜승기자 hsje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