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고전 `신곡' 재해석 통해 단테 정신·삶 되짚은 문학전기
각 대학마다 독서 권장도서를 발표 할 때면 반드시 추천되는 책이 단테의 `신곡'이다.
불멸의 고전으로 꼽히는 `신곡'은 잘 알려진 대로 단테의 순전한 상상이 빚어낸 `저 세계’ 이야기. 보기에 따라서는 환상 속의 기행문이며 동시에 선악(善惡)이 갈등하는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보고서이고,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그려낸 자화상이기도 하다. 상상력과 긴장감이 어우러진 문학이자 심리학이며 사회학적으로 그 근본에 인간중심의 신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신곡'을 재해석한한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단테의 평전 `중세 천년의 침묵을 깨는 소리 단테'가 번역·출간돼 영원한 고전과 중세사회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는 `퓰리처상'과 `미국학술원상'을 수상한 미국 예일대 R.W.B. 루이스 교수.
최후의 중세인이자 최초의 근대인으로 평가받는 단테는 `신곡'으로 중세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집대성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지고의 사랑으로 구현해 근대의 여명을 밝힌 인물이다.
책은 단테의 처녀작 `새로운 인'에서부터 필생의 역작 `신곡'에 이르기까지 단테의 모든 작품들은 자전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룰 때에도, 그는 언제나 자신의 삶과 사랑과 좌절을 저본으로 삼은 작가였다.
그러므로 신이 정해준 질서로 꽉 짱니 중세의 세계관 속에서 끊임없는 자기탐구의 의지를 보인 단테야말로 완전한 의미에서의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오로지 신만을 향하던 인간의 정신이 단테에 이르러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인간'을 발견했던 단테는 일생 동안 `타협하지 않는 자'의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이루지 못한 베아트리체와의 사랑, 정치적 실패와 피렌체에서의 추방,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눈을 감은 유랑의 삶, 삶이 고될수록 그는 한층 명료한 의식으로 자신의 길을 발견했고, 주저 없이 그 길을 걸어갔다.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은 평생에 걸쳐 창작의 원천이 되었고, 정치적 활동과 계속된 유랑생활 속에서는 단 한 명의 절대 권력자가 `평화로운 고요함'을 보장하는 세계제국을 구상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의 일생과 당시의 사회정치적 상황, 그리고 고전시대부터 당대까지의 모든 문화적 유산을 결합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킨 위대한 창조자였다.
단테의 `신곡'은 당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선과 악, 나아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치열한 탐구정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세 천년의 침묵을 깨는 소리 단테' 단테의 모든 저작들을 넘나들며 단테의 시대와 그의 삶, 그리고 그가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준 인상적인 영감들을 담아낸 문학적인 전기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삶을 되짚는 이 책의 서술방식은 한 예술가의 정신세계에 대한 지적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푸른숲 刊. 330쪽,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