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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
사석원 지음 / 푸른숲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그냥 가버린 사람들을 생각하며..
떠나가 버린 사람들.
긴 시간 잊혀져 있던 사람들.
세월의 저편으로 밀려나 있던 여러 기억들이 불현듯 다가오게 했던 책.
70년 대 중반의 학번을 가진 이들을 여러 번 끄덕이며 끄덕이며 낭만의 세계로 이끌어가던 책.
술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술을 부르면, 발가벗겨져 발 밑을 구르는 시와 소설 사이로 술 잔이 엇갈리고, 뭉크의 비명 저쪽에 꽃모자 쓴 천경자의 소녀도 있었지.
전혜린의 수필과 박인환의 시 속에 무작정 빠지던 그 시간이 책 속에 살아 있었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굵은 선 그림 속에는, 30년 전 해인사에서 만났던 해우소의 정겨움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박완서의 ‘나목’ 속에서 만났던 화가는 남원집 술자리에서 취한 모습으로 아직
도 앉아 있었다.
이제,
인생과 예술의 아픔이 취기 속에 흔들리던 옛 주막집 정취는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더럽혀지지 않는 영혼으로 괴로워하던 그리운 이들은
그냥 가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