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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ㅣ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SF 동화’라는 단어가 확 꽂혀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SF는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생각하게하는 장르라고 믿는데 ‘SF 동화’라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문제를 던질까 궁금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울컥했다. 소외, 차별, 존재, 가족, 우정 등의 고민은 어른이라서가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동안 항상 겪는 문제였구나, 모양만 조금씩 달라질 뿐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 지구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외계인을 놀리는 건 우스운 짓이야. 모든 우주인은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
✏️ 지구가 멈출지도 모르는 마당에 이런 문제들이 참 하찮게 느껴졌다. 다미가 처음으로 작아 보였다.
내가 SF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지구가 너무 먼지라서, 내가 먼지 중의 먼지라서 현실의 고민들이 너무나도 하찮게 느껴진다는 것. 책에서 인기도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다미라는 친구가 나오는데, 은하가 더 큰 우주를 알게 되고 자신에 대한 다미의 평가에 더이상 휘둘리지 않게 되는 모습에 속이 시원했다.
✏️ 나도 언젠가 너를 꼭 도와줄게.
✏️ 다음엔 내가 도와줄게.
은하의 친구 기범이가 은하에게 여러번 하는 말이다. 처음에 은하는 ‘그나저나 기범이 말이 너무 웃기다. 언젠가 자기도 나를 도울 거라니... 장담하지만 내가 유니콘피아 게임을 하는 동안 기범이의 도움을 받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기범이는 계속 ‘나도 언젠가 너를 도울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난 기범이한테 이 따뜻함을, 그리고 누구든 남을 도울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배웠다.
✏️ 진짜 외계인이 되고 나서야 외계인 취급에서 벗어난 셈이었다.
평소에 외계인이라는 은근한 따돌림의 의미를 담은 별명을 가진 은하는 자신이 진짜 외계인임을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 사용하게 되는 작은 초능력들로 주변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다. 진짜 외계인이 되고 나서야 외계인 취급에서 벗어났다는 이 대목에서 나는 소외와 따돌림의 진짜 이유는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진짜 외계인일 때 더이상 소외당하는 외계인으로 불리지 않게 된 것처럼 따돌림의 이유는 항상 진실과는 무관하게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 나에게는 지구보다, 온 우주보다, 엄마가 더 크다.
✏️ 엄마 : 사랑하는 나의 지구인, 고마웠어요, 사랑해요.
아빠 : 사랑합니다, 나의 외계인
은하와 엄마, 아빠 세 가족의 사랑은 동화에서 항상 등장하는 ‘우리 가족 사랑해요’ 레퍼토리였지만, 그럼에도 항상 그렇듯이 감동적이었다.
길지 않은 이야기라 순식간에 읽었는데도 긴 성장소설을 읽은 듯 여운이 남았다. 먼지인 인간이면서 그 먼지를 가치있게 여길 줄 아는 은하, 도울 줄 아는 기범이, 친구를 지켜주는 소령이부터 무관심으로 오히려 사람을 위로할 줄 아는 PC방 알바 취준생 삼촌까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명 한 명에게 뭔가를 배운 듯하다.
📌출판사 창비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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