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 그리폰 북스 15
레이 브래드베리 지음, 박상준 옮김 / 시공사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과학적인 요소에 치중했다기 보다는 만약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쓰여진 SF소설이다.책 속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벽면을 가득채운 TV화면과 시속120km이상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몸을 맡긴채,인간적인 감정과 생각들에서 도피하려한다.이것은 이제 일상적인 삶이되었다.

사람들은,더이상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만약 그럴 시간이 있다면 TV에 나오는 쇼를 하나 더 보고 인생을 즐겨야 마땅하기에.책이 사라진것은 세상이 변한데 대한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묻어버릴수 있는 감정들을 일으켜 깨우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가르키는,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생각에 대해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다툼의 무기로 사용하는 책은, 사람들이 '행족하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첫째가는 방해요소였다.

그래서 책들은 공개적인 공공의 적으로서 모든것을 파괴하는 성스러운 불로 화형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책들을 모아서 태우는 일을 전담하는 '방화수'라는 직업이 새로이 생겨났고 간혹 남아있던 그에 저항하는사람들조차 줄어들어갔다.

사실, 이책은 역설적인 의미에서 책이라는 매체에 바치는 찬가다.사실,이제까지 내가 보았던 어떤 글에서도 이렇게 책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묘사한 적은 없었다.작가가 '인간성'혹은 '인문학'과 관련된 것들이 파멸에 이른 시대를 다루면서 특히 '책'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은 물론 '책'이라는 매체가 일반적으로 그러한 것들을 상징해와끼 때문이기도 하지만,작가의 책이라는 존재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나는 책이 좋아요'라고 눈을 빛내면서 말하는 어떤사람에게 '나는 당신이 그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아요'라고 동조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고,수업시간에 교과서밑에 숨겨놓고 책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책을 뺐겨본 적이 있는 사람들과 버려지는 자신의 책을 속상하게 바라본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책속에 등장하는'책 옹호파'사람들- 주인공을 비롯한-들의 책에 대한 탐욕은 처음 책을 잡기 시작했을때 아이들이 보일법한 탐욕이다. 이 소설의 소재에 대한 이러한 애정과 깊이있는 묘사는 작품을 빛내주는 가장 큰 요소이다.

그러나 작가는 또한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현대의 인문학에 대해서도 비판을 보낸다.책이 대중들과 유리되고 미움을 받게된 이유들은- 순문학은 어둡고,사람들은 책 대문에 삶에서 불행만을 보게된다는-꼭 틀린것 만은 아니다.책속의 인물들 중에서 누구못지않게 자유롭게 책을 읽었었음에도 방화서의 소장을 맡고 책을 경멸하던 비티는, 그래서 씁쓸함과 의문을 남겨주는 인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