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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평점 :
<한국이 싫어서>와 함께 오랜만에 재미있는 한국 소설을 읽었다.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2부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이대로 두 사람을 보내기 아쉽다. 능력과 외모가 출중하고 홀로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또한 어떤 계기로 갑자기 능력이 생긴 것도 아니고, 마냥 행복하지만도 않다. 이렇듯 진짜 일상에 있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다.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은영의 무기인 비비탄 총과 장난감 총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주인공이(혹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빼먹지 않는다. 처음부터 피식거리면서 웃다가도 어느 순간 착 가라앉고 이내 슬프게 만든다.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러 모로 묘한 소설이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재인, 재욱, 재훈>과도 비슷하다.
기억에 남는 구절은 “폭력적인 죽음의 흔적들은 너무나 오래 남았다. 어린 은영은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지독하게 폭력적인 세계와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가끔은 피할 수 없이 다치는 일이란 걸 천천히 깨닫고 있었다.” 이건 진짜 은영 또래의 학생이 느끼기 힘든 감정인데 말이다. 그리고 (강선의) “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무려 사람보다 값어치가 있는 크레인이라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또한, “죽은 사람들이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간절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결정권자에게 데려다 주면 될 일이 아닌가.”라면서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