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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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소설, 특히나 한국소설에 빠져서 한글 처음 배우듯이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모르는 사람들을 베스트로 뽑은 지 별로 지나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매우 즐겁습니다.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단어를 잘 엮어서 문장으로 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존경스럽습니다. 요즘 책은 읽어도 그 순간의 감정을 글로 적는데 애를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친밀한 이방인속 문장과 제 느낌(!)을 만나보시죠.

 

55

헤어진다는 것은 몸의 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과 같았다. 비록 곪아가고 있는 부분이라고 해도, 그것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부분이 저절로 괴사하여 떨어져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101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내 존재가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뒤의 문장에서 내 젊음, 내 자질, 내 영혼, 내 위대한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아이를 돌보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낭비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게 이해가 되면서도 또 이해가 안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이처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육아에 힘쓰시는 부모님 모두 존경해야겠어요.

 

133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목에서.

 

요즘 한창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어떤 과감함 또는 무모함을 부러워하다가도 다시 또 순응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드는데 불안이 한쪽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내가 잘하는 게 진짜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위의 기대와 시선 속에서 비롯한 상상이 아닌지 나는 누구인지, 계속 되물어보고 있습니다. 아주 복잡한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잘 가고 있는 거겠죠?

 

소설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봐서 더 좋았습니다. 같은 사실을 보더라도 관점과 사고방식에 따라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비슷하더라도 이 다른 미묘함을 잘 잡아내셨습니다. 한 마디로 페이지 터너랍니다. 한두 시간의 여유가 있으실 때 책장을 넘기시길 바랍니다. 이밖에도 좋은 문장이 많으니 하나씩 곱씹으면서 읽으시고 소개해주신다면 더 없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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