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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쇼코의 미소'를 보고 <쇼코의 미소>를 찾아보게 되었다. 표지작 외에도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단편이 실려있다. 끝에 가서는 뭔가 미완인 듯 아쉬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내용이 이어진다. 얘기를 하는 화자를 따라가면서 서늘함과 때로는 따뜻함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89~90).
나는 언니의 말에 동의했다. 언니의 목소리에 실린 분노에 가까운 두려움은 나의 오래된 주인이었으니까.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나를 추동했고 겉보기에는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어른으로 키워냈다.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소거되어버릴 것이었다(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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