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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2월
평점 :
웬만하면 단편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책 뒤쪽의 구절에 이끌려서 집어 들게 됐다. 그 후에야 비로소 단편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바꿔 말해, 이것이 바로 단편을 잘 보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국경시장>은 그들과 사뭇 달랐다. 가끔 단편임에도 여운을 남기는 게 있다. 분명 소재와 인물이 달라지지만 묘하게 계속 되는 느낌이랄까. 좋았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국경시장’이다. 우연히 흘러들어간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화폐가 통용되지 않는다. 그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억을 팔아야 한다. 처음에는 아주 어릴 적 기억을 팔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잃은 채 나락으로 떨어진다. 다음으로, 독특한 병에 대한 ‘쿠문’이다. 엄청난 천재성을 발휘하지만, 이는 죽어가는 몸의 마지막 발악이랄까. 주인공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창작과 죽음에 대한 <필멸>이다. 엄청난 음악적 작품이 탄생했는데 이것은 과연 누구의 소유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계속 “선택”이 반복된다. 생과 행복 사이에서, 죽음(고통)과 능력 중에서, 또 창작과 죄의 가운데에 서서 고민한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