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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평점 :
제목만 들었을 때는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펴보니 소설이 아니라 짧은 글을 모은 에세이였다. 그것도 영화, 소설, 시, 오페라 등을 소개한 아주 참신한 것 말이다. 신간이나 고전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데 혼자의 힘으로는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혹시 ‘좋은 책이 있는데 내가 보지 못하고 있지 않나?’라고 고민해보기도 한다. 이 책은 나의 독서 범위를 넓히는데 도움을 주고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주옥같은 문장.
26
내 삶의 알리바이는 내가 증명하는 것. 내 삶의 역사는 내가 써 나가는 것. 아직 늦지 않아요.
- 쓰고 읽는 행동에 대한 확신을 줬다고나 할까. 일기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로도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어제 만난 카페 회원 분도 자신을 가지도록 북돋아 주셨다.
41
테레사 수녀는 이런 말을 했지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가난은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 가난에 대한 아주 명쾌한 답이 아닌가.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얼마나 배우고 깨우치면 수녀님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을까.
66-67
사랑에 눈 먼 남자, 사랑 따위 감정보다 자유가 중요했던 여자들 사이에는 계약서가 없어도 갑을 관계가 존재했습니다. “너만 사랑해.” 하는 남자와 “나만 사랑해.” 하는 여자의 욕망은 충돌했고, 그들의 사랑은 파멸에 이르렀습니다. 사랑의 잔인한 갑을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 오페라「카르멘」의 비극적인 사랑을 해석한 문장이 마음에 들어 적어봤다. 일방적인 사랑이 어떻게 끝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지 못한 채 자기가 원하는 한 방향만 보고 있다. 때로는 옆이나 뒤를 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85
“내 삶에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 오직 지금 여기뿐.
지금이 내 시간이고 나는 내 나이에 맞게 산다.
나는 두렵지 않다. 죽음도, 삶도, 다른 어떤 것도.”
- 뭔가 초탈한 그녀의 모습에서 위대함이나 숭고함 같은 것을 느꼈다. 아직 내가 따라서 하기엔 머나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멋진 말이라서 적어서 두고두고 보고 싶다.
189
“매우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이승이여, 안녕.”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무대 감독을 향해 불쑥 묻습니다.
“살면서 자기 삶을 제대로 깨닫는 인간이 있을까요? 순간마다요.”
- 비로소 죽음이 다가온 후에야 현실, 이승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 사람을 호되게 후려치는 말이다.
240
네가 가진 것은 오직 너 자신뿐이다.
그러므로 너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인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 위의 두 문장 다음으로 마음에 든 문장이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불안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그런 것을 모두 버리고 ‘나 자신’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이번 책을 보고 난 뒤에 읽고 보고 싶은 것이 참 많이 생겼다. 다시 한 번 편식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맛보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