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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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의 이름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이전 철학자의 이론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분야를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본격적인 대화를 하기 전에 대략적인 정보를 제시해주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부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철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워낙 방대한 지라 발을 담그기가 쉽지 않다. 간혹 다른 책에서 찾을 수 있는 멋진 인용구를 보면 ‘한 번 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거기까지 나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굳게 마음을 먹고 끝까지 보리라.

 

슬라보예 지젝 ‘사유를 시작하라!’

“사유를 시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자동적으로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종교만 해도 복잡하다. 내가 믿는 신이 다른 사람에게도 신일 수 없다. 서로 교환되지 않는다. 이런 걸 고민해야 한다.”

첫 장을 보자마자 느낌이 딱! 하고 와서 밑줄을 그었다. 내가 믿는 신이 다른 사람에게도 신일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주장을 강요하지 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하라. 그러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파국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을 피하려고 하지 말고 준비하라는 말이 마음에 닿는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격이다. 불씨는 커져서 모든 것을 태워버릴 정도로 이글거리는데 바가지로 물을 붓고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 좀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자크 랑시에르 몫 없는 자들의 몫으로

“단지 자신들의 짐에 머물면서 자신들의 일상적 업무에 매여 있던 사람들이 거리에 내려와 그곳에 자리잡을 때, 그리고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권력과 맞서기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을 때, 침묵하던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할 때 기존 권력의 권위는 발가벗겨진다.”

이 사람이 말하고 있는 그대로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이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실천을 하기 시작할 때 사회는 변하고 있다. 그러니 사소한 움직임이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어느 순간 그것은 큰 파도를 몰고 와서 쓸려 가게 할 것이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서 사회를 더 풍족하면 좋겠다.

 

지그문트 바우만 ‘2012년 현상’을 기억하라!

“역사, 자본주의, 정치, 가족, 문명 등 이런저런 ‘종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오늘날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유행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무엇인가 진짜로 종언을 고한다면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사회가 급변하는 것 같지만 이면에서는 변하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깨달음을 준 문장이다. 또한, 그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것을 당부했다. 이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좋을 말이다. 때로는 우리는 가져올 파장을 생각하지 못한 채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램버트는 철원 조선노동당사에 간 기억을 떠올린다. 전쟁과 평화가 영구평화와 공존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한다. 그곳에는 영원을 뜻하는 무궁화가 있지만 건물을 유지해놓은 것은 폭력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평화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공부하고 고민했을까 생각하니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도 철학자가 많이 생겨서 한국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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