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평점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문구를 보면서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과 작가의 대담을 보자마자 짐작이 맞았음을 직감했다. 진도가 안 나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숙고할만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 ‘말’에 대한 그의 의견이 기억에 남는다.
35
여러분, 철학을 공부하십시오. 하지만 창작 활동에서는 자신이 쌓아온 지식을 한순간 불꽃 속에 태워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아까워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고생은 뭐였지?’라고 생각조차 나지 않게, 완전히 잊을 정도로 그것을 제로로 해버려야 합니다. 지식은 은행의 예금계좌가 아닙니다. 몇 백 포인트 쌓았으니까 더 뛰어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얼마나 성대하게 불태우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고 써야지.’라는 다짐을 몇 번 했다. 큰 줄거리는 잡아놓은 채로 어떤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서 진행을 할 지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큰 틀을 몇 개나 생기는데 하나도 진행이 안 되고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지금 이 책을 보면서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해서 그랬지 않나 싶다. 하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품을 쓰고 매번 새로운 등장인물을 탄생시키는 작가가 대단하다. 샘에서 물이 나오는데 마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나 할까. 또한, 이 부분을 보면서 헤겔과 같이 자신의 철학관을 추구한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다음으로, 표시를 해 둔 문장은 ‘다음 세대’에 관한 문장이다. 어떤 사람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에너지를 아껴서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아껴 쓰지 않아도 그 세대는 나름대로 살아갈 방편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다. 비단 에너지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비교적 많은 것에 대해 비슷하게 의견이 갈려져 왔다. 그리고 이것을 꼬집어서 논의로 확장시킨 작가의 말을 보면서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그저 윗세대에게 받은 것을 다음 세대에 돌려주고자 하는 것이라는 겸손한 언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각각의 대담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하나씩 따지고 보면 마냥 어렵지만은 않다. 조금 뒤에 보면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이라면 두었다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는 습관이 나온다. 사실 읽어야할 책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여러 번 읽지 않으려고 핑계를 대곤 했다.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일침을 가한 한 방이랄까. 그리고 2011년의 원전 사고에 대해서 짤막하게 논하고는 ‘위기의 시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위기의 시대’라는 단어는 여러 번 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여기에 대한 민감함이 잊힌다. 이것을 두고 ‘실감의 부재’라는 표현을 썼다. 꼭 맞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가 한 말에 대해 시간을 좀 들여서 이것저것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모든 것을 머릿속에 넣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읽어볼 만한 책이니 이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고 혹시 친하지 않더라도 도전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