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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평점 :
이것은 바로 ‘사람이 사는 이야기’다. 보면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원미동 사람들>이 떠올랐다. 몇 편의 이야기가 다른 화자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어떤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섬에 들어와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은 그곳이 바로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모두가 다른 환경을 겪었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지금 섬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섬은 가만히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포용이야말로 누구나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이 아닐까.
그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골프 카’이다.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고 의아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에 나오는 인물 모두가 사회에서 한 번쯤은 볼 법한 사람이라 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고 싶다는 사소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옳든 옳지 않던 간에 명분은 다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까. 그것은 판단하는 것이 개인의 잣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다시 골프 카로 돌아가서, 이것을 꼽은 이유는 마을이 조화에서 벗어나 경쟁 구조로 들어간 시발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도시물이 든 것 같은데도 해녀들이 안전하길 기원하는 것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참 묘하다. 물질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나 물에 빠졌는데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을 보면서 그 분 덕이라고 하는 걸 보면 옛 신앙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오랜만에 정말 감성 돋는 책은 만난 것 같다. 그리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