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슬럼버
최종훈 글 그림 / 걸리버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가 개봉하기 한참 전에 온라인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봤다. 남한에 파견된 간첩이라는 등장인물이 나오는데도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바보로 위장하고 살아가면서 명령을 수행하는 처지에 있지만 그도 하나의 인간이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강렬했던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할 것만 같다.

 

이와 같은 마음은 소설로 읽는 내내 변하지 않았다. 한 동네에서 바보로 살아가는 와중에도 가끔씩 영웅다운 면모를 뽐낸다. 하지만 주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를 동네 바보로만 인식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두 가지 정도 있다. 하나는 마을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바보 행세를 하면 볼 일을 본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네에 침투한 남자를 잡으려고 뛰쳐나가다 정체가 탈로나면 안 돼서 황급하게 분장을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몸빼 바지와 여자 속옷이 뭐냐.(ㅋㅋㅋㅋㅋ)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마을 사람을 생각한다. 사라지기 전에 할머니에게 받은 통장을 보면서 정말 슬펐다. 차곡차곡 저금한 통장 속에서 그를 생각하는 마음 한 줄 한 줄 담겨있었다. 그렇게 오래 있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정이 들고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과거에 살아남으라고 상처를 준 아이도 그가 한 말만을 믿고 살아남아서 그의 곁에 온다.

 

누군가는 특정한 것에 맹목적인 신뢰를 보인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그 신뢰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적당한 의심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의심을 하지 않아서 죽음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 무척 소중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러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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