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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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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도 삶은 빡빡하고 단조로웠지만 중세인들에게 세계는 신의 섭리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시계 톱니바퀴 같은 것이었다.
시계 톱니바퀴 같은 세계였다면 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원인이 필요했다. 톱니바퀴의 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는 분명히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서 이유를 찾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는 부각되었고 그들의 이론에 의해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면서도 ‘죄’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마녀에 대한 이론을 널리 퍼트리는데 일조한 인쇄술은 이들의 톱니바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지식을 습득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인쇄술이 전혀 다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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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이 한창 벌어졌을 때 자신이 마녀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은 흥미롭다. 마녀였지만 회개하고 죽으면 천국행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이 대목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자신이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천국행’을 위해서 없는 죄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은 지금의 사고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죄가 없는데 대체 무엇을 회개한단 말인가. 그렇지만 이것이 시대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이런 순간이 없었더라면 마녀에 대한 인식은 바뀌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고 조심스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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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건을 둘러싼 해결책은 대체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귀책자로 설정하고 책임을 모두 지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졌던 몇 가지 일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말한다.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 일들을 하라고 시켰다. 그러므로 나는 책임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올라가보면 사실 시킨 사람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결말을 책임을 지울 누군가를 찾은 후에야 끝이 난다. 무고한 희생에 분노한 사람들은 그들의 넋을 위로해 마땅할 사람을 찾고, 그 사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은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마녀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약간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을까 싶다.
접하기 어려웠던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견문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