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명화 101
김필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많은 그림 중에도 가장 끌리는 것은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이었다. 예술 관련에 대해 지식을 이야기하라면 부끄러울 정도로 아는 것이 없다.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고치려고 해봐도 아직까지 예술이나 음악 같은 분야는 내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러한 내가 아는 작품이니 당연히 반가워 할 수밖에. 물론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했다. 주변의 사물과 동화되어 사람의 형체까지도 일그러뜨리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보낼 듯하다.

 

  물론 요즘 들어 자주 고민하게 되는 문제와도 ‘절규’는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될까. 성적은 어떻게 올리는 것이 좋을까. 사교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길러지는 것일까. 점심은 무엇을 누구와 먹을까. 지금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일까. 혹시 나중에 후회는 하지 않을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나 아니면 안정된 생활에 만족해야 하나. 대략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의 중요한 고민들까지 생각은 셀 수 없이 많이 하게 된다.

 

  ‘절규’는 이런 나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사람들은 조금은 내성적인 나에게, “너는 고민이 없어서 좋겠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혹은 “항상 긍정적인 모습이라서 좋다.”라는 말도 내가 매년 빼놓지 않고 듣는 말이다. 이런 말들을 듣는 것은 본래의 내가 아닌 것 같다. 사실 이것은 내가 가진 일부분에 불과한데도 이것이 내 전부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에게는 숨 쉬는 것처럼 쉬운 일들이 내 마음속에 하나둘 쌓인다. 조금씩 쌓이는 돌들이 탑을 이루고 잠깐의 실수로 잘못 놓인 돌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조용한 얼굴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편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절규’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감정을 배제한 처절한 울음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픈 소리가 나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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