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지구 벙커X - 강영숙 장편소설
강영숙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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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재난 소설이지만 어떤 극적인 사건이나 음모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요소가 아주 희미하게 그림자만 남아있고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여러모로 특이한 소설이다. 그저 재난 속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리 주변의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이전의 삶의 향수와 함께 살아가기도 하고, 현재의 절박함에도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행복과 불행 사이의 어느 지점을 부유하고 있다. 이 묘한 느낌의 답을 작가의 말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다.

 

- 책 속 한 줄 -
불안과 공포 말고 다른 감정은 가질 수 없는 이재민들은 부서진 일상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이런 일을 당한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그런데 내가 그런 일을 당한 사람들에 대해서 쓸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쓸 수 없다. 하지만 재해로 인해 타인에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해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야기가 궁금했다. (296쪽)

 

뜻밖에 일어난 재난은 어떤 계급이나 격차를 한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재난과의 동거는 늘 더 어려운 쪽의 몫이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재해가 나기 전부터도, 지금도, 평생 동안 재해를 앓듯 살아간다. 이쪽에서나 저쪽에서나 모두들 그저 묵묵히 살고 있을 뿐인, 그림자 같은 같은 착한 사람들이 이 소설에 있다. (297쪽)

 

읽은 날 : 2020.10.01(목)
리뷰 쓴 날 : 2020.10.0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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