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평점 :
이번 책에서 작가님은 세상의 슬픈 모습을 하나씩 담아내기로 작정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우울한 마음이 이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마지막 단편에서는 어떤 그리움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스코어는 7슬픔과 1그리움의 조합이 되었다. 다음은 어떤 감정 모음을 느끼게 해주실 지 궁금하다. 의외로 '전갱이의 맛'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런 김에 가져온 문장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 책 속 한 줄 -
"원해서 생겨난 게 아니고 그냥 생겨난 거야. 이를테면 개인마다 감당할 수 있는 감각의 에너지나 민감함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할 때, 한 감각이 억제되면 다른 감각이 계발되는 식이지. 예전 같으면 비슷하다고 여겼을 것들에서 무한한 차이를 식별하게 되더라고." (238쪽)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와 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그동안 난 쉴새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해왔는데, 그 말을 사실 나도 듣고 있었던 거지. 그런 의미에서 말은 순수히 타인만 향한 게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던 거야. 그런데 말을 못하게 되면서 타인을 향한 말은 그럭저럭 포기가 되는데 나를 향한 말은, 그건 절대 포기가 안 되더라고." (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