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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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이나 '날짜 없음'과 같은 잔잔하면서도 문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소설을 좋아한다. 앞으로 그 목록에 이 책도 추가될 것 같다. 젊은 작가 시리즈의 다음 권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읽고 난 뒤에 남긴 짧은 감상에 "어둠과 밝음이 들어있는 삶의 곳곳을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적어두었다. 사회의 이면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했다. 밑줄 그은 문장이 죄다 슬프다. 읽으면서 되게 슬펐나 보다.

 

 

 

9쪽
아빠, 여기서 실패하면 군말 없이 삶으로 돌아갈게요.
빛 들지 않는 방으로.
직장으로 갈게요.

47-48쪽
그날 이후 우리는 오랫동안 만나 오면서 결국 다짐을 했어요. 언제나 의미 있는 일에만 인원수를 채워 주자고. 가령 정족수를 채워 주는 일 같은 것. 나라도 없으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

100쪽
나는 그게 뭔지 몰랐어요. 내게 없는 뭔가가 필요하고, 그걸 갖기 위해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게 뭔지.

116쪽
나는 누군가의 기억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 아름답게 남을 수 있을까.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지금껏 겁내 왔던 일들을 하나씩 시작해 보자,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보자, 마음먹었던 게.

123쪽
아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멀리 있는 사람들은 상처를 줄 수조차 없죠.

193쪽
아버지에게 배운 수많은 것들 중 가장 고마운 것도 그런 것이었다. 상대가 아픈 이야기를 할 때 쓸데없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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