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글을 보자 벌써부터 떨림이 나에게 전해지는 듯 하다.
엄마에게 마흔은 아주 특별하다. 당시에는 삶의 무게로 감히 힘들다는 표현조차 못하고 보냈던 나의 마흔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내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 그때였다. 뱃속에 둘째를 품고 회사 지하 화장실에 가서 펑펑 울었던 그날, 둘째를 버팀목 삼아 꾿꾿하게 그 시기를 보낸 나에게 대견하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그때는 터널이 아니라 동굴에 있는 것 같았다. 터널은 출구가 있다는 확신이라도 있건만 그 시절 쉽게 좌절하고 부정적이었던 나는 이곳이 출구가 없는 동굴속이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밝은 햇살 아래에서 한가로이 따스한 볕을 쬐고 있기에 그또한 삶의 한 과정이었음을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여자'가 '엄마'가 되고 나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남긴 기록입니다. 읽고, 쓰고, 달리며 사색한 저변에는 위태로운 순간마다 저를 지켜 준 문장이 있었습니다. (중략) <엄마의 문장>이 육아의 최전선에서 벗어나 엄마와 나 사이 어디쯤에서 흔들리는 사람에게, 마흔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사람에게 위로와 동기부여가 되길 바랍니다. - 에필로그-
에필로그에서 나타난 저자의 바람처럼 <엄마의 문장>은 엄마와 나 사이 어디쯤에서 흔들리는 사람에게, 마흔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사람에게 분명 위로와 동기부여가 되리라 믿는다. 나도 위로 받고 동기부여가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와 나는 공통점이 참 많다.
예민한 사춘기 딸이 있는 두아이의 엄마고 직장맘이었다가 현재는 프리랜서다. 매일 새벽 달리기를 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몇달간 누적 100km이상을 달렸고 5km 마라톤 완주경험도 있다. 책읽으며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쓰며 성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참 나'를 찾기위해 갈구하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반갑고 친근했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나즈막히 읊조리듯 써내려간 문장들은 마치 내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양 착각이 들기도 했고,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쓴 듯 밀도감 있는 문장은 책을 덥고 한참을 곱씹으며 음미했다.
저자의 치열한 성찰과 통찰이 담긴 글들은 그대로 마음에 꽂혔고 그것을 담아두고 기억하고 싶어 밑줄을 많이도 그었다. 그 중 몇가지만 소개한다.
1장. 고통의 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