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문장 - 흔들리는 마흔에 참 나를 되찾게 해 준
길화경 지음 / 유노라이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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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하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망설임없이 서평단에 도전했다.

지긋이 감은 눈, 미소를 머금은 입술, 조금이라도 더 숨을 깊이 들이마시려는 듯 오똑 세운 콧날, 그리고 흩날리는 머리가 그려진 표지를 보니 자유와 편안함, 충만함이 느껴졌다.

'흔들리는 마흔', '참 나' .

표지글을 보자 벌써부터 떨림이 나에게 전해지는 듯 하다.

엄마에게 마흔은 아주 특별하다. 당시에는 삶의 무게로 감히 힘들다는 표현조차 못하고 보냈던 나의 마흔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내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 그때였다. 뱃속에 둘째를 품고 회사 지하 화장실에 가서 펑펑 울었던 그날, 둘째를 버팀목 삼아 꾿꾿하게 그 시기를 보낸 나에게 대견하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그때는 터널이 아니라 동굴에 있는 것 같았다. 터널은 출구가 있다는 확신이라도 있건만 그 시절 쉽게 좌절하고 부정적이었던 나는 이곳이 출구가 없는 동굴속이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밝은 햇살 아래에서 한가로이 따스한 볕을 쬐고 있기에 그또한 삶의 한 과정이었음을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여자'가 '엄마'가 되고 나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남긴 기록입니다. 읽고, 쓰고, 달리며 사색한 저변에는 위태로운 순간마다 저를 지켜 준 문장이 있었습니다. (중략) <엄마의 문장>이 육아의 최전선에서 벗어나 엄마와 나 사이 어디쯤에서 흔들리는 사람에게, 마흔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사람에게 위로와 동기부여가 되길 바랍니다. - 에필로그-

에필로그에서 나타난 저자의 바람처럼 <엄마의 문장>은 엄마와 나 사이 어디쯤에서 흔들리는 사람에게, 마흔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사람에게 분명 위로와 동기부여가 되리라 믿는다. 나도 위로 받고 동기부여가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와 나는 공통점이 참 많다.

예민한 사춘기 딸이 있는 두아이의 엄마고 직장맘이었다가 현재는 프리랜서다. 매일 새벽 달리기를 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몇달간 누적 100km이상을 달렸고 5km 마라톤 완주경험도 있다. 책읽으며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쓰며 성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참 나'를 찾기위해 갈구하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반갑고 친근했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나즈막히 읊조리듯 써내려간 문장들은 마치 내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양 착각이 들기도 했고,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쓴 듯 밀도감 있는 문장은 책을 덥고 한참을 곱씹으며 음미했다.

저자의 치열한 성찰과 통찰이 담긴 글들은 그대로 마음에 꽂혔고 그것을 담아두고 기억하고 싶어 밑줄을 많이도 그었다. 그 중 몇가지만 소개한다.

1장. 고통의 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다

나는 내 희생의 대가로 아이들에게 복종과 간섭이라는 계산서를 요구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아이들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살아냄으로써 보여 주고 싶었다.

-33쪽

가장 좋은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고 엄마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내 생각과 맥을 같이 해서 반가웠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내면 되는거다.

2장. 달리며 사색하는 즐거움을 배우다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내 몸이 지우개가 된 듯 마음속 찌꺼기가 말끔히 지워진다. 길 위에 답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바람이 영감을 줄 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77쪽

새벽마다 일어나서 동네 중학교 운동장을 마냥 걸었던 때가 떠오른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그저 걷다보면 머리속도 몸도 가벼워지곤 했다.

3장. 책 읽으며 삶을 곱씹다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상황에도 고유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내가 온전하기 위해 애쓰는 것일 테다.

-115쪽

나를 잊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살아온 저자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 같아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고 '고유성', '온전'이라는 말을 보기만 해도 내가 그리 사는 모습이 보여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타인을 품고, 타인을 사랑하는 일이 곧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되는 근사한 일, 그런 사람, 나도 그러고 싶다고 되뇌어 본다.

-126쪽

나도 함께 되뇌어 본다.

퀘렌시아는 회복의 장소이다. (중략)

본연의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워지는 곳이다. (중략)

명상에서는 이 퀘렌시아를 '인간 내면에 있는 성소'에 비유한다.

-137쪽,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 재인용

책속에는 저자로부터 전해 듣는 소중한 글들도 많이 있다. 명상을 통해 내가 만나는 그곳을 퀘렌시아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언어를 알면 다루기가 훨씬 쉬워진다. 물리적 공간과 정신적인 안식처가 엄마에게는 특히 필요하다.


4장. 글을 쓰며 내면이 깊어지다

나의 취약성을 감추기 위해 불완전함을 덮기 위해 얼마나 긴장하고 애쓰며 지냈던가(중략)

내가 나를 필 수 없는 존재라 여겼기 때문이고, 내가 나를 소외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164쪽

내가 나를 소외시켰던 수많은 날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드러낼 수 있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참 편안하고 좋다.


5장. 마침내, 참 나를 되찾다

자신의 존재에 스스로 빛을 비추어 거듭날 때 우리는 세상에 자기만의 고유한 꽃으로 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245쪽

빙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저자를 만나는 기쁨과 반가움이 크다.

'봄햇살'이라는 닉네임은 '우리는 모두 꽃이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봄이 되어 꽃이 피어나듯 각자 저마다의 모양과 색깔을 가진 꽃을 피울수 있도록 성장을 돕고 싶은 것이 내 소망이다.

나무는 겨울눈속에 꽃과 잎, 줄기, 열매를 이미 모두 품고 있다.

봄햇살은 그져 때가 되어 비출뿐이다.

가을처럼 저는 이제야 고유의 색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직 엽록소에 가려져 발하지 않은, 무수히 많은 고유한 색이 당신의 계절을 만나 아름답길 바랍니다.

-에필로그

저자의 소망이 참 따듯하게 전해진다.

덕분에 고유의 색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 아름답게 색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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