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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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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다. 때로는 달달하며 때로는 쓰디쓰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청춘의 터널에는 불안과 상실, 사랑과 기쁨이 존재한다.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 '청춘'이라는 시기를 지나왔을까.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곁을 오고 간다. 작가 신경숙은 나의 곁을 오고 간 인물들에 초점을 맞춘다. '나' 혼자가 아닌 '나'와 '상대'가 서로를 지켜보며 '청춘'이라는 혼란의 시기를 지나오는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지 못하는 네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죽음과 사랑, 미래와 과거의 굴레 속에서 몸부림치며 자신의 자리를 점차 더듬어가던 젊은 청춘은 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서로 무관한 사이가 됐을 때 그들은 느낀다. '그때 그곳에서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나날을 통과해 왔을까⋯⋯.'

 

 

작가는 책 속의 ‘윤 교수’라는 인물을 통해 ‘크리스토프’ 이야기로 주제를 던진다. 강 저편으로 사람을 업어 나르는 ‘크리스토프’는 어느 날 고통스러울 만큼 무거운 어린 아이를 업어 나르게 된다. 육지에 다다르자 아이는 갑자기 예수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자신을 업었던 것은 이 세상을 짊어졌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크리스토프일까, 아니면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일까.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우리는 ‘크리스토프’이자 ‘아이’이기도 하며 서로를 실어 나르는 존재이니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라고.

 

 

여기서 크리스토프는 고행자인 동시에 무엇인가를 실어 나르는 전령이다. 8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크리스토프가 되어 혼란의 시대를 이끌어가기도 하며, 어린아이가 되어 이데올로기에 기대 건너가기도 한다. 또한 불안과 고독 속의 그들은 크리스토프가 되어 상대방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며, 어린 아이가 되어 상대방을 의지하기도 한다. 이는 곧 나의 삶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의식을 일깨워 준다. 작가는 이 말이 하고 싶었던 듯하다.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는 일이 불안과 고독의 순간을 어루만져주는 손이 될 터이니, 나의 손이 상대를 구원하듯 나 자신과 우리 모두를 소중히 여기라고. 이런 의미를 극대화하고자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던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삼아, 극단적일 수도 있는 상실의 과정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제목은 최승자 시인의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라는 시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누군가 소통을 하기 위해 노크하는 소리를 전화벨로 상징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걸고 받지만, 그것은 곧 나와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인간관계란, 이렇듯 무의식중에 서로 손을 내밀며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모양이다. 당시는 서로의 크리스토프로서 지내 온 시간을 자각하지 못한 채 흘려보냈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런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상실의 아픔을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네 명의 젊은이는 서로를 떠나보낸 후, 이렇게 말한다.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지.말.자, 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라며,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간 시간 속에서 어떤 이의 손을 잡기도 하며, 또 내밀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크리스토프이자 어린 아이였다. 나는 누구의 크리스토프였을까. 문득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면 ‘크리스토프’가 되어보기로 하자. 그리고 말해보자. 내.가.그.쪽.으.로.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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