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절벽 위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빈집들을 보면 그대들도 이곳(가거도)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말을 말자. 이제는 세상에서 아무 경쟁력도 없는 막연한 행복의 꿈들은. 그대, 그대로 한 번 가거도에 가봐라. 정말이지 세상 끝자락에 걸친 천국의 접경처럼 아름답더라. 높이 솟은 섬등반도의 끝자락에 서서 보면 그대가 무슨 천국의 파수병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그곳에서 그대는 그대가 꿈꾸던 행복의 안일함을 대면해봐야 하리-264쪽
나는 나도 모르게 나의 뿌리에서 아주 멀어져 이제는 유년과는 별 상관도 없는 전혀 다른 인간이 되었지만, 이따금씩 아들에게서 나의 잃은 뿌리를 훔쳐보게 된다. 나는 한때 나였지만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나는 말하자면, 나도 모를 무엇이 된 것이다. 연기처럼 아련한 나의 존재감을 나의 아들은 어찌 생가하고 있을까, 녀석은 아빠에 대해 별말이 없다. 늘 과분하게 아빠를 사랑해줄 뿐-3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