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장바구니담기


해안 절벽 위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빈집들을 보면 그대들도 이곳(가거도)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말을 말자. 이제는 세상에서 아무 경쟁력도 없는 막연한 행복의 꿈들은. 그대, 그대로 한 번 가거도에 가봐라. 정말이지 세상 끝자락에 걸친 천국의 접경처럼 아름답더라. 높이 솟은 섬등반도의 끝자락에 서서 보면 그대가 무슨 천국의 파수병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그곳에서 그대는 그대가 꿈꾸던 행복의 안일함을 대면해봐야 하리-264쪽

나는 나도 모르게 나의 뿌리에서 아주 멀어져 이제는 유년과는 별 상관도 없는 전혀 다른 인간이 되었지만, 이따금씩 아들에게서 나의 잃은 뿌리를 훔쳐보게 된다. 나는 한때 나였지만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나는 말하자면, 나도 모를 무엇이 된 것이다. 연기처럼 아련한 나의 존재감을 나의 아들은 어찌 생가하고 있을까, 녀석은 아빠에 대해 별말이 없다. 늘 과분하게 아빠를 사랑해줄 뿐-335쪽

그간 스쿠터로 전국의 다방들을 헤집고 다닐 때 느낀 게 있다면 오라는 곳보다 굳이 오라고 소리하지 않는 곳이 오히려 가볼 만하다는 것이다. 오라고 하는 곳들은 대개 '늪'이다. 무슨 복고 취향이 있어서 다방을 찾아다니닌 것은 아니다. 오라는 곳들을 가보면 하나같이 가짜 자연이고 테마 공원처럼 따분해서 그곳을 피하다 보니 기울어져가는 오래됀 마을이 있고 그 사이사이 다방이 있고 그랬다
-3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