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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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피쉬 #최원형

#이토록친밀한

#피터래빗

#그럼에도 산까치와 대치 중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좋아했던 책이 피터래빗이었다.

지금도 우리 집 책장에 고스란히 꼽혀있다.

성별에 상관없이 좋아하는가 보다.

막내아들도 피터래빗을 아주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작가님의 책에 등장하는 피터래빗은 너무도 반가운 친구였다.

저 말썽쟁이 친구. 여기도 등장하네^^

나에게 피터래빗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동화였다면

사계절 기억책은 반성문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삽화는 편안하고 예쁘다.

그리고 작가님의 일상을 담은 글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산까치와 대치중이다.

p. 283 버드피드. 사실 한번 쯤 해보고 싶긴 하다.



나는 오늘도 산까치와 싸웠다. 산까치는 실외기 안쪽에 둥지를 틀겠다고, 나는 안된다고.. 나는 공간 사용료는커녕 적반하장이었다. 그래도 실외기가 고장 나면 안 되고, 둥지 튼 것을 모르고 에어컨을 틀었다가 둥지에서 죽어있는 아기 새를 본 기억이 있어서 안된다. 절대. 모이 그릇은,,, 놓으면 더 오겠지...? 나는 안되겠다. 미안하다 산까치야.



-잘려버린 능소화 줄기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동물원을 유지하는 것, 사회성 동물인 돌고래를 한 마리씩 방사하는 것, 매미들이 울 수밖에 없도록 기온을 높여 버린 것, 식물을 마음대로 자르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다른 동물을 존중하지 않고 벌이는 무자비한 폭력일 뿐이다. 사람의 생명은 매우 소중하다. 하지만 이들도 죽으면 돌아오지 못한다.

이미 불타버린 숲을 되돌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미 떠나가 버린 철새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 돈이 필요하다. 그전에 지켜내는 게 절약하는 길이다.



-내가 사랑하는 다람쥐다. 몇 년 전 아이들이 어디선가 다람쥐 이야기를 듣고는 말했다. "우리 엄마는 다람쥐같아. 잘 두고 못찾아." 꼭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숲이 되었노라고.

지난 달 언니들과 광교산에 갔다가 우연찮게 다람쥐를 만났다. 다람쥐는 너무 친숙하지만, 잘 모르는 친구다. 본 적이 없다. 책과 영상에서만 봤다. 무려 실물이라니!

핸드폰을 꺼내들고 모두 숨죽였다.



https://blog.naver.com/poppins_k/223142533469


   

          나에게만 생소한 장면이 아니었나보다.

모두 숨 죽여 관찰했고, 찍은 영상을 공유해달라고 하셨다.

이렇듯 귀한 장면들은 가끔 선물처럼 찾아온다.

며칠 전 엄마 까투리가 아기 꿩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 숲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나와 아이들에겐 너무도 신기하고 귀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도 귀한 장면이었을까?

어쩌면 어미 새가 아기 새들을 줄줄이 매달고 길을 건너는 것은 때가 되면

볼 수 있는 광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조부모에서 손주 세대로 내려오는 동안 우리의 삶은 매우 편해졌다.

대신 우리에게 흔했던 친숙함은 신기하고 귀한 장면들로 바뀌었다.

지금 이 책도 우리 자녀들이 자랐을 때는 도감으로 남아있을지 모른다.

내가 지금 이 시대에 [사계절 기억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책을 쓰신 분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다음의 사진과 영상은 몇 년 전, 둥지를 틀고 부화하고 잘 자라 이소까지 한 산까치다.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

우린 대략 한달간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었다.

https://blog.naver.com/poppins_k/223142533469


https://blog.naver.com/poppins_k/223142533469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밀어 버리고 들어선 공간이니 내가 새들을 위해 모이를 챙기는 일은 내 의무이자 공간 사용료나 다름없다. - P36

나무를 자른 사람이 누군지 찾지 못한 채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만약 나무를 자른 범인을 찾는 대도 나무가 되살아나진 못한다. - P154

다람쥐가 겨우내 먹으려고 숨겨두었다가 까먹은 도토리는 훗날 뿌리를 내리고 싹을 올리며 큰 참나무가 된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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