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 - 개정판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1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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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에는 암소숭배가 있었다.

 

 

아무도 용기를 내지 않았던 그 순간에, 용기를 냈거나 혹은 참을 수 없는 반감에 마침내 일어났던 것이든, 해리스는 결국 해냈다. 지성의 능력을 발휘하여, 감히 신밖에 모르는 영역이라 터부시되던 영역에 인간적 지성의 칼날을 들이밀어 날카롭고, 예리하며, 정교하게, 그 안에 감추어진 실체를 뜯어내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이 책이 등장한 1970년대, 당시 해리스가 살고 있던 시대는 이성과 과학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가져온 결과에 반성하며 누구나 죄인인 척 겸손한 인간의 코스프레를 하던 시기다. 모두가 겸손한 척, 그 자신의 머리 위에 무지로 통용되는 베일을 쓰려고 할 때, 해리스는 그 베일을 벗긴다. 과도한 무지도 결국은 하나의 어떤 맹신적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히 이해가 안 된다, 모른다는 말로 어떤 특이한 문화양식을 놔두는 것이 과연 그 문화를 존중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건, 무지라는 베일을 덮어쓴 채 거행되는 또 다른 만행의 시작점이 되는 것일까? 일면 특이하고 이해가 안 되며, 더 나아가 미개하다 혹은 야만적이다-라고 당연한 반감을 들게 만들던 문화양식들을 벗겨보자, 그 안에서 발견되는 것은, 역시 우리(해리스를 중심으로 한 백인, 혹은 문화의 우위에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는 '문명인'들)와 똑같은 인간들이었다. 똑같은 인간적 속성이 그저 다른 환경 속에서 바로 그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 다른 형식으로 나타난, 그러나 여전히 동일한 속성을 지닌 하나의 인간적 갈래였던 것이다. 힌두교 문화 속에 있는 당신과 기독교 문화 속에 있는 나는 동일하다. 단지, 당신은 힌두교 문화 속에서 그 영향을 받았던 것이고, 나는 기독교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일 뿐. 상이한 문화양식은 그저 동일한 인간적 본성이 수많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취할 수 있었던 여러 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갈래들로 다시금 자리매김한다. 미개/야만과 문명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뒤섞인다. 남는 것은 '인간'과 '환경'이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 사실만이 선명하게 뇌리에 새겨진다.

 

전문: https://blog.naver.com/oooodemon0000/222423958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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